5월말 관리재정수지 71조 적자…2차추경 여파·한달새 2배국세 35조 증가에도 속수무책…연말 111조 웃돌 전망나랏빚 1019조…고물가·고환율에 짙어지는 경기침체
  • ▲ 세입-세출.ⓒ연합뉴스
    ▲ 세입-세출.ⓒ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올 들어 5월 말까지 나라살림은 7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집행되며 지출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물가당국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잡으려고 사상 초유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경기침체의 서막을 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동향 7월호'를 보면 올 5월 말 현재 국세수입은 19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조8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49.6%로 지난해(결산)보다 2.6%포인트(p) 올랐다. 상반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1년 동안 걷을 세금의 절반쯤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고용회복에 힘입어 소득세가 9조1000억원, 지난해 기업실적 개선 등으로 법인세가 23조원 더 걷혔다.

    세외수입은 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출자수입, 과징금 수입 증가 등에 따라 1년 전보다 2조원 늘었다. 기금 수입은 자산 운용 수입이 줄어든 탓에 4조6000억원 감소했다. 총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계산됐다. 1년 전보다 32조2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가 쓴 돈은 총 342조5000억원이다. 2차 추경 확정 직후 소상공인 손실보전금(23조원)을 지급하면서 1년 전과 비교해 60조6000억원 급증했다.

    국세수입이 늘었지만, 지출이 커지면서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8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1년 전보다 28조4000억원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2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달 전(37조9000억원) 적자규모의 2배쯤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정부의 채무 잔액은 101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17조8000억원이 더 불어났다. 올해 말 나랏빚 규모는 1037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지난달 국고채 만기상환 등에 힘입어 나랏빚 규모가 다소 줄었다는 설명이다.
  • ▲ 재정수지 현황.ⓒ기재부
    ▲ 재정수지 현황.ⓒ기재부
    국세수입이 늘어도 나라살림이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 임기 내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내년 예산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 예상 GDP 성장률에 대입해보면 내년도 재정 적자는 올해(110조8000억원)보다 43조원쯤 적은 68조원 이내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내용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구속력을 갖게 하겠다는 태도다.

    문제는 처한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수요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한은의 빅스텝을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본다. 이자 부담 급증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면 체감 경기가 나빠지면서 실물 경기가 연쇄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빅스텝 등)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이를 신호로 (경기침체가) 시작할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를 각오했는데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강세는 수입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를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외환) '위기 징후'로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보유외환 2배 확대, 현금 비중 30%로 늘리기 등이다"고 말했다.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