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생애최초 LTV 80%로 완화…대출한도 4억→6억원 확대 DSR '연소득 40%'이상 추가대책 불가…저연봉자, LTV혜택 제한최대 6억원 대출가능하지만…연봉 1억2000만원에 신용대출 없어야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크게 완화하는 등 대출규제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선 '현실을 반영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TV는 80%까지 확대됐지만 정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그대로 유지돼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하기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1일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LTV가 최대 80%로 완화됐다. 하지만 DSR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LTV는 주택가격과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9억원이하 주택은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5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60%였다. 9억원초과부터 15억원이하 아파트는 9억원초과분부터 각각 20%, 30%가 적용됐고 15억원초과 주택은 대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1일부터는 지역과 가격, 소득과 관계 없이 LTV가 80%로 확대된다. 대출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었다. 또 이전과 달리 15억원이 초과하는 아파트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이전까지는 서울에서 매매가 8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투기과열지구 50%를 적용받아 최대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부터는 LTV 80%를 적용받아 최대 6억4000만원(6억원)까지 가능하다.

    정부가 이처럼 대출규제완화에 나선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거래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높아진 대출 문턱으로 인해 서민층 주거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월평균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방이 대법원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 부동산 생애최초 매수자수는 월평균 3만8749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자수가 4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부동산매수자중 생애최초가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2017년(23.6%)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출규제완화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로 인해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대 젊은 실수요자층의 경우 대출완화 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DSR은 현재 소득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의 총 한도다.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로 총 대출액이 1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 40%를 넘으면 추가대출을 받을 수 없다. 

    즉 1억원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연봉이 낮은 사람은 DSR 규제로 인해 늘어난 LTV 한도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 즉 대출한도는 늘었지만 대출총량은 줄어 집을 살 때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예처럼 8억원짜리 아파트 구매시 완화된 LTV에 따라 최대 6억4000만원이 대출 가능하지만 이를 충족시키려면 연소득이 1억2000만원이면서 신용대출 등 다른대출이 없어야 한다.

    내년초 결혼을 앞둔 최모(35)씨는 "40세 이전에 연봉이 1억이 넘고 신용대출이 전혀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지원하려면 DSR과 연동된 대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이은 금리인상도 무주택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빅스텝(한번에 0.5%p 인상)'에 이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늘면 대출한도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가격도 대출완화조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3억원선으로 6억원 대출한도는 아파트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출이 없고 연봉이 높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부모의 지원 없이 나머지 금액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DSR 규제 강화와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이번 LTV 완화 조치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활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