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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지원법, '대만 파운드리' 주타깃… 韓 반도체도 영향

'對中 투자 금지' 포함… 삼성·SK 타격 불가피'28나노 이하' 파운드리 첨단 공정 강한 견제중국 난징 파운드리 공장 운영 'TSMC' 정조준TSMC, 28나노 차량용 반도체 라인 증설 추진 美 제재 가로막힐 가능성

입력 2022-08-05 14:18 | 수정 2022-08-05 14:39

▲ ⓒ연합뉴스

미국이 자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중국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마이크론도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견제하고 있는 분야가 특히 28나노 이하 파운드리 첨단 공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기업들보다 대만 TSMC의 대중(對中) 투자를 막아서려는 목적에 무게가 실린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 단계만 남겨두고 있는 미국 반도체산업 지원법인 '반도체 칩과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에 대중 반도체 투자 금지 조건이 달리면서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에 투자해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에 운영하고 있는 생산시설을 개선하거나 확장하지 못하게 되고 사실상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일부 포기해야 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 탓에 앞서 미국 투자를 약속한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당황스러운 현실이다. 최소 520억 달러(약 86조 5000억 원)로 예상되는 보조금 중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사업까지 볼모로 잡혔기 때문이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SK그룹은 총 3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그린에너지 투자 등이 예정돼있다.

더불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한국이 참여하게 되면 삼성과 SK는 해외 생산과 투자 중심을 미국에 둬야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중국에는 더 높은 수위의 견제가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중국 시안에서 낸드 생산을 하고 있는 삼성과 우시 지역에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제품 전반을 생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칩4 동맹 이후에는 현지 공장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생산량까지 조절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가 기존에 해외에 두고 있는 유일한 반도체 생산기지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체 낸드의 40%가 시안 공장에서 나오며 여기에 투자된 금액만 누적 30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쑤저우 지역에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지를 주력으로 하는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대중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해온 탓에 중국 투자 금지 조치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예상이다. 우시에 두고 있는 D램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의 절반을 맡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고 최근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다롄 지역에 낸드 생산 공장도 SK하이닉스로 편입돼 사업 양대 축인 D램과 낸드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는 형편이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도 우시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 TSMC 팹 외부 전경 ⓒTSMC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추진하는 중국 투자 금지 조항이 이처럼 메모리 사업을 주로 전개하고 있는 삼성이나 SK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 의회가 언급한 보조금 지원 조건에는 중국 내 '28나노 이하급' 첨단공정에 대한 투자와 생산을 향후 10년 동안 금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최근 대만 TSMC가 28나노급 대표 제품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난징 공장 증설을 발표했고 이를 저지하는데 사실상 초점을 둔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에서 첨단 칩 생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추가 조건은 인텔이나 TSMC 같은 회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TSMC는 기존 시설을 크게 업그레이드 하거나 확장할 수 없어 사실상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일부 성장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TSMC는 지난 5월 중국 난징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불과 지난달 중국 당국의 허가를 얻어 28나노급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본격화했다. 향후 3년 동안 29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 가까운 규모가 투자될 예정이었다. 지난 2015년 TSMC가 이 난징 공장을 준공할 당시 들였던 규모(3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보조금 지급에 이 같은 중국 견제 조건을 달면 당장 TSMC가 추진하는 난징 공장 증설부터 가로막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28나노 이하급 첨단 공정 증설이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현재 TSMC 난징공장에선 16나노급 칩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0나노 제품도 이 공장에서 생산한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28나노급 라인 증설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대만에서 3나노, 2나노급 첨단 칩 생산에 나서면서 중국 공장에서도 16나노 이하 제품으로 미세공정을 점차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거나 대중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따지자면 삼성보다는 TSMC가 훨씬 더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SMIC와 같은 파운드리 산업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 성격이 더 크고 현재로선 증설을 추진하고 있던 TSMC에 직격탄이 되는 조건이 제시된 것"이라고 봤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반도체업계 전반에서 앞으로 TSMC가 미국과 공조를 택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어떤 식의 불이익을 받게 될지 숨 죽여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중국 측도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보다는 대만 기업인 TSMC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장소희 기자 soy08@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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