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고 수요 줄고…서울·경기 전셋값 하락세부동산업계 "성급한 정책 수정, 시장 자극 우려"
  •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연합뉴스
    임대차법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한 윤석렬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예상과 달리 8월 전세대란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안정세를 보이면서 섣부른 정책 수정이 오히려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전세보다 월세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그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임대차법의 효과인지,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요인에 따른 변화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결과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에 이어 0.03% 하락했다. 자치구별 하락폭은 중구와 서대문구가 0.07%로 가장 컸고 마포·양천구는 0.06%, 송파구는 0.02% 떨어졌다.

    월별 평균 전셋값의 경우 서울은 7월 기준 6억7788만원으로 전달 6억7792만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인천의 전셋값 하락폭은 0.10%에서 0.11%, 경기는 0.07%에서 0.08%로 각각 커졌다. 이에따라 수도권은 0.07% 떨어졌는데 이는 2019년 6월17일 이후 3년1개월여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전세가격과 전세대출 이자부담으로 월세 전환 문의가 증가하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 영향으로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전세매물은 늘고 있는 반면 금리인상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에 따른 재계약 증가 등으로 전세를 새로 얻는 수요는 더욱 줄었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결과 지난달 서울아파트의 전월세 매물은 4만9819건으로 한달새 11.6%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갱신계약 종료를 앞두고 일부 공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전년보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최근 전세대출 문턱이 조금 완화돼 우려했던 만큼의 불안양상으로 전이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시장이 안정조짐을 보이자 정부의 임대차법 개정안 추진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임대차법의 전면수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이후에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거의 폐지에 가까울 정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책 대수술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춰 국토부와 법무부는 지난달말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의 '2+2년'이나 전월세상한제의 '5% 상한' 등을 손보는 선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섣부른 정책 수정이 자칫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임대차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전셋값 급등의 원인이 임대차법인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인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정책을 수정하면 시장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과 월세 전환 등으로 현재 전세시장의 불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임대차법 전면 개정보다 상한제 한도를 시장상황에 맞게 조정하거나 상한이내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상생임대인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점진적 개선으로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