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최근 미국 출장 후 귀국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시점 단축 등 검토
  • ▲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을 비롯해 신규 전기차 공장을 조기 착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이달 3일 귀국했다. 정 회장은 IRA 시행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장기간 동안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IRA 법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핵심 광물의 40% 이상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 EV 1766대, 코나 EV 8936대, 아이오닉5 153대 등 1만85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올해는 미국에서 아이오닉5가 본격 판매되면서 1~8월 아이오닉5 1만7186대, 코나 EV 2327대, GV60 841대, 아이오닉 EV 5대 등 2만359대로 급증했다.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쏘울 EV 18대, 니로 EV 8717대 등 8735대를 팔았다. 올해는 EV6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1~8월 EV6 1만6124대, 니로 EV 7066대, 쏘울 EV 1대 등 2만3191대로 늘었다.

    전년동기 기준으로 비교하면 현대차는 2.66배, 기아는 4.97배나 증가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IRA이 발효되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 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미국을 급히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 ▲ 미국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미국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IR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조기 착공한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2024년 하반기로 6개월가량 앞당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실현되더라도 2023년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미국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를 감안해 업계에서는 기존 현대차 앨라매바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라인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은 3개월 정도로 예상된다”면서 “현지 배터리 조달이 이슈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방법은 현대차와 기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단체협약에 따라 해외공장 신설 및 물량 이관 시 노사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해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노사는 현재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 않지만 추석 연휴 이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일정 기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기차 경쟁이 본격 시작되는 만큼 초기 점유율 다툼에서 밀리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건설되는 기간 동안이라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올해 선거를 위해 IRA를 추진했기 때문에 핵심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기차 공장 조기 착공이나 현지 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