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경신 속 연일 주가 하락…장중 52주 신저가환율 고공행진에 외국인 연일 팔자…코스피 버팀목 무너져"당분간 바닥 탐색 투자 적절…미중 반도체 다툼 수혜 전망"
  •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강달러 기조 속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턱밑까지 치솟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확대되는 국면인 만큼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탐색하는 투자가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1분 현재 삼성전자는 거래일 대비 0.18%(100원) 내린 5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지난 7월에 기록한 52주 신저가인 5만5700원도 찍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우도 0.19%(100원) 빠진 5만1900원에 거래되며 신저가(5만1500원)와 불과 500원 차이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6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5189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 또한 5007억원을 팔아치우며 하락 폭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9924억원을 사들이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올해 개인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내릴 때마다 물량을 받아내며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공매도 폭격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주가가 2.18% 떨어진 지난 1일 하루에만 200만2373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는 전체 거래액의 13.4% 수준이다. 공매도 거래량이 200만주를 넘은 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2일에도 코스피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대금의 17.3%인 456억원이 삼성전자에 집중됐으며, 5일에도 203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하는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기록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고공행진 하자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선 것이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1384.2원에 마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80원선을 돌파했다.
  • ▲ ⓒ이베스트투자증권
    ▲ ⓒ이베스트투자증권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6월과 마찬가지로 한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은 하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일부 매출액 개선 효과가 있겠으나, 반도체 부문의 수요 약세로 출하량과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37조8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50조1000억원)를 하회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생산원가는 상승하고 있고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소비 여력은 둔화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남 연구원은 “세트 부문의 수요 부진과 출하량 감소로 원가를 통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내년에도 강화될 것이고, 이는 부품 사업부의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문제는 높아진 재고 수준 통제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탐색하는 투자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 주가 전망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수혜가 될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규제로 반도체산업에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잠재적 경쟁자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정부의 중국 제재 정책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의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2008년 금융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 수준은 아니라는 전제는 필요하다”라며 “현 상황의 주가는 수십번에 걸쳐 수개월간 저점 분할 매수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