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1500원까지 전망원두 가격 2019년 이후 오름세 지속원가 압박↑ 지속… 연말 가격 인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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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이어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커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버티다 못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급격한 환율상승 속도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21.5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20원을 넘어선 건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약 1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커피 업체들은 달러 강세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을 베트남·브라질·콜롬비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하지만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원두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뉴욕 국제상품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 26일 기준 1파운드 당 223.8센트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1.52% 증가했다.

    지난 2019년 5월10일 최저치인 86.65센트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2월31일 137.45센트, 8월25일 239.50센트까지 올라간 바 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더니 이달 19일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원두 수출의 16%를 책임진 브라질에 91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친 영향이 크다. 브라질뿐 아니라 콜롬비아도 악천후의 영향으로 커피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커피업계는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한국맥널티의 원재료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브라질 세하도 NY2(생두)의 수입 가격은 지난해 3650원에서 4815원으로 올랐다. 콜롬비아 엑셀소 역시 같은 기간 4400원에서 6965원으로 신장했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매출 원가는 9444억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매출 원가율도 2020년 59%에서 지난해 61%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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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에서는 고달러 기조가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올초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연말 다시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나온다.

    커피업계는 올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동서식품은 올 초 커피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지난 2014년 7월 이후 8년 만이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커피 프랜차이즈업계도 100~400원씩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서를 통해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날 주요 식품 업체와의 회의를 갖고 "최근 전 세계 유가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가공식품 물가는 7∼8%대라는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며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이 다른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이어지면 민생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정부는 수입 커피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입되는 커피 원두는 주로 생두 또는 로스팅 형태로 수입하는데 부가세 면제는 생두에 한해 적용된다. 커피 생두를 수입할 때 붙는 부가세 10%를 없애면서 수입 단계에서 원재료비를 9.1%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가격을 또 올리면 소비자 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면서 "달러까지 오르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