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일본 내 혼술 문화에 ‘참이슬’ 인기 높아져우리 드라마 흥행에 하이트진로 ‘소주잔’ 마케팅도 흥행“일본 슈퍼와 음식점, 어딜 가도 진로·참이슬 만날 수 있을 것”
  • ▲ 방기영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일본대영주팀장.
    ▲ 방기영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일본대영주팀장.
    “분위기가 3년 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엔 상상도 못했는데, 이젠 모든 편의점에서 ‘참이슬’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방기영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일본대양주팀 팀장의 말이다. 실제 일본은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 중 하나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우리의 음주문화가 주효했다고 한다. 녹색병 소주를 소주잔에 쭈욱 들이키는 우리 소주 특유의 음주문화가 일본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일 하이트진로에서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방 팀장을 직접 만나봤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8년을 일본에서 근무 한 뒤 지난 2020년부터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일본대양주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내 슈퍼와 편의점 매대에 ‘참이슬’이 진열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방 팀장은 “본사 발령 이후 3년간 일본을 못 갔는데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뒤 편의점 매대에서 ‘참이슬’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또 반가웠다”며 “2019년과 일본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은 주류산업에 있어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소비되는 주종이 워낙 다양하고 한 주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출시되다 보니 판매점 매대에 오르기도 힘들고 올라도 1~2주만에 빠지기 일쑤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일본의 주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로손, 미니스톱에 모두 입점해 있다. 이런 극적인 전환의 중심에는 코로나19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시장에서 소주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진로’와 가정시장을 중심으로 한 ‘참이슬’이 각각 출시돼 있다. 일본어로는 ‘진로’와 ‘참이수루’로 각각 읽힌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코로나19 이후 유흥업소의 영업제한 등으로 인해 주류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대신 가정에서 즐기는 ‘혼술’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 특징. 하이트진로가 파고든 것은 이 지점이었다. 일본이 혼술로 ‘참이슬’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방 팀장은 “마케팅과 영업과 더불어 한류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의 녹색병 소주의 이미지가 일본에서 급격하게 퍼졌다”며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흥행하면서 일본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한국 소주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일부 연예인은 개인 SNS에 “오늘 밤은 집에서 참이슬 원샷”이라고 올리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고 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에서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녹색병 소주를 마시는 문화가 일본에서 급격하게 퍼진 것.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의 일본 소주 매출은 코로나19 이후에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방 팀장은 “과거 일본에서는 소주에 우롱차나 녹차, 탄산수를 섞는 음용법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소주잔에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한국식 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를 노리고 ‘참이슬’ 2병 세트에 소주잔을 증정하는 패키지를 내놔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대형잔 ‘한방울잔’도 일본에서 히트를 친 마케팅이 됐다. 일본의 중고장터에서는 소주잔을 웃돈 붙여서 파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을 정도. 그야말로 한국식 소주문화가 전파된 것이다.

  • ▲ 도쿄 유명슈퍼마켓 진열대.
    ▲ 도쿄 유명슈퍼마켓 진열대.
    여기에는 하이트진로의 일본의 공격적 마케팅도 주효했다. 일본의 인기 배우 사쿠마 유이를 모델로 발탁해 다양한 컨셉의 광고를 공중파에 선보인 것. 신주쿠, 시부야, 긴자, 롯본기 등 주여 번화가에 옥외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방 팀장은 “편의점 업주나 바이어에게 광고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스토리를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에서 인기를 끈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이제 ‘엔데믹’ 이후 급격하게 커지는 일본의 유흥시장을 조준하고 있다. 유흥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진로’는 가정용 ‘참이슬’과 달리 알코올 25도의 술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특징. 이를 위해 기존의 녹색병과 노란색 라벨을 투명, 흰색 라벨로 교체하는 리뉴얼도 단행했다. 

    그는 “현재까지 이자까야, 스시집이나 라멘가게, 오뎅집 등에 입점한 비율이 낮은데 이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에는 술이 소비되는 일본 내 노래방 500여개 점포 입점을 성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진로’와 ‘참이슬’ 형제가 서로 도우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본의 슈퍼, 음식점 어딜 가더라도 ‘진로’와 ‘참이슬’을 만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