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삼성 꺾고 2조원 차 첫 1위메모리 지고, 파운드리 뜨고… 판도 바뀐 반도체 시장파운드리 급성장… 글로벌 최강 TSMC 따라잡을 '삼성의 전략' 관심 집중
  • 올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격변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됐다.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던 삼성전자와 인텔 대신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단숨에 1위를 꿰차면서 앞으로 반도체 시장 판도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기준으로 TSMC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꺾고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TSMC는 지난 3분기 내내 우수한 매출 성과를 거둬 시장과 업계를 놀라게 했다. 3분기 매출은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 5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가 본격 출시되면서 TSMC 3분기 매출이 날아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에 월별 매출을 살펴보면 7월에는 1867억 대만달러(약 8조 4000억 원), 8월에는 2181억 대만달러(약 9조 8100억 원), 9월에는 2082억 대만달러(약 9조 3600억 원)을 기록해 아이폰14 출시를 직전에 두고 특히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14 시리즈 중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맥스' 등 이른바 프로 라인업이 TSMC가 호실적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두 모델에는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칩이 탑재되는데 아이폰14 시리즈 중 상대적으로 이 두 모델에 인기가 집중되면서 지난 3분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TSMC의 실적 견인차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공개한 3분기 잠정실적 공시에서 연결기준 매출은 76조 원, 영업이익은 10조 8000억 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에선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특히 반도체(DS) 부문에서 실적이 줄어든 영향으로 예상 대비 저조한 성과를 냈을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3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이 24조~25조 원대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기반으로 비교하면 TSMC와는 적어도 2조 원 넘는 매출 차이를 기록하며 삼성이 지난 2분기까지 지키고 있던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TSMC에 넘겨줄 것이라는 것이다.

    TSMC는 지난 2분기 기존 2위였던 인텔을 꺾고 삼성에 이어 반도체 매출 2위 자리에 오른 뒤 불과 1분기만에 1위인 삼성까지 밀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세계 메모리 시장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 달리 TSMC가 시장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덕분이다.

    애플의 아이폰14 판매가 확대된 것 외에도 파운드리 시장은 내년 이후에도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게 시장 분석 기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873억 달러(약 125조 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1512억 달러(216조 6000억 원)로 두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이 같은 성장세를 일찌감치 예견한 삼성도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반면 메모리 시장은 업황에 따라 등락이 크고 이번에 닥친 메모리 하락 사이클이 최소 내년까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삼성이 내년까지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TSMC에 내줄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도 파운드리 분야에서 개발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TSMC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삼성 파운드리의 노력으로 올해는 TSMC에 앞서 3나노 공정으로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기술 측면에서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이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있어 아직은 열세에 놓인게 현실이다. TSMC는 애플이라는 막강한 고객사를 중심에 두고 AMD,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자동차, IT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약 1000곳이 넘는 곳이 TSMC를 통해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이 이를 단기간 내에 따라가긴 어렵지만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면서 점차적으로 고객사를 확대해나가는게 가장 절실한 대목이다.

    TSMC가 시장 56%를 점유하는 압도적 사업자지만 여기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게 삼성이라는 점에서 반도체업계에서도 양사의 본격적인 파운드리 경쟁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삼성과 TSMC가 미국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섰는데, 이 같은 설비투자 능력을 갖춘 삼성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사실상 TSMC의 막대한 투자전에 뛰어들 경쟁상대가 전무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업력으로 따지면 아직 삼성이 TSMC에 따라가기는 힘든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그나마 진입장벽이 높은 파운드리에 뛰어들어 TSMC에 대적해볼 수 있는 곳이 결국 삼성 밖에 없지 않나"라며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뚝심있게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게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