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기존 주주·우리사주조합 청약 실시계획보다 1027억 축소된 2173억원 조달내년 B737-8 4대 비롯해 40대 순차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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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이 기단 현대화를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 규모가 계획보다 1000억원 가량 축소됐다. 최근 지속된 주가 부진이 원인으로, 부족한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부터 4일까지 이틀간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진행한다. 유증 발행가액은 최종 7980원으로 확정돼 총 2173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는 1098억원을 출자해 구주주 배정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AK홀딩스는 1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 투자금을 확보하며 제주항공 지원사격 준비를 마쳤다.

    제주항공의 이번 유증은 운영자금 마련이 아닌 시설자금 투자가 목적으로 긍정적이었던 데다, 대주주의 참여가 확정되며 흥행 조짐을 나타내왔다. 그러나 고환율 기조로 실적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조성,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오며 조달자금 규모가 예상보다 대폭 작아졌다.

    제주항공이 유증을 결정한 지난 8월 예정 발행가액은 1만1750원으로, 총 3200억원 규모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 부진에 따라 1차 발행가액이 1만1250원으로 낮아지며 증자 규모가 3064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최종 발행가액이 7980원으로 작아지며 조달자금도 계획보다 1027억원 작아졌다.

    제주항공은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보잉의 차세대 기종 ‘737-(MAX)8’ 도입에 투입할 방침이다. 당초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B737-8 기종을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며 인도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B737-8은 현재 운용 중인 B737-800에 비해 운항 거리가 1000km 이상 길어 중앙아시아, 인도네시아 신규노선 개발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또 기존 동급 항공기 대비 15% 이상 연료비를 절감하고, 좌석당 운항비용도 12% 줄일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이미 2018년 11월 보잉사와 B737-8 확정구매 40대, 옵션구매 10대 등 50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확정구매 40대 도입 비용은 당시 공시가격으로 약 44억 달러(5조원), 한기 당 약 1300억원 규모다.

    유증 규모 축소로 제주항공의 투자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조달자금으로는 B737-8 두 대를 들여오기도 부족한 상황으로, 기재 도입 시기가 조정되거나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제주항공의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53.5%, 총차입금의존도는 50.7%로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번 유증으로 연말 기준 부채비율은 335.5%까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 자금이 신규 항공기 도입에 투입될 예정인 만큼 재무지표 개선은 반짝 효과에 그치게 된다.

    실적 개선 기반 현금 확보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3분기 211억원, 4분기 188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지속하고, 내년 1분기 3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이후 현금유입 규모에 따라 추가 자금조달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내년에 B737-8 기종 4대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으로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유가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보유 자본금에서 충당하는 등으로 계획을 차질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