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기대감에 이달 8% 급등…2500선 앞두고 공방전외국인 매수세·中 방역정책 완화에 연말 추가 상승 전망"글로벌 경기둔화·고밸류에이션 상승 한계"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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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물가지표가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피가 가파른 상승을 보인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 완화 등에 힘입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 속에 일부 증권사들은 연말 코스피 전망치를 올려잡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는 8.1% 상승했다. 지난주에만 코스피는 전주 대비 5.7% 올랐다. 지난 9월말 2100선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단숨에 2480선을 회복했다. 

    최근 급등했던 코스피는 2500선 돌파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6일 오전 10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대 하락하면서 단기간 급등했던 흐름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코스피는 지난 이틀 동안 보합권에 머물렀다.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증권가에선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증시 압박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7% 상승하며 월가 전망치인 7.9%를 밑돌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보다 8.0%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 8.3%를 하회했다. 시장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1400원대 중반에 머물던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심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3조1600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코스피가 지난해 8월 중 120일 이평선 이탈 후 처음으로 '120일 이평선'을 회복한 점도 긍정적 신호다. 일반적으로 120일 이평선은 경기선이라고 불리면서 장기 추세 변화의 분기선 역할을 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코스피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 과정에서 2400선 부근의 120일 이평선과 장기 하락 추세선을 돌파해 기술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소식도 연말 코스피 상승을 점치는 배경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이 10%를 넘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주부터 급락한 원화 환율이 외국인 매수 행진의 증거이자 향후 원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최근 기대감이 일고 있는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와 그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들은 최근 잇따라 전망치 상향 조정에 나서며 안도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100~2400선인 기존 연말 코스피 전망치를 2300~2550선으로, NH투자증권은 기존 2150~2550선에서 2300~2600선으로 상향했다. KB증권은 코스피 전망치의 하단을 2350에서 2500으로 높였다.

    반면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증시 하단을 지지할 수 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물가 수준은 높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현재 장세가 단기 반등 또는 장기적인 박스권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0월 근원CPI는 연초 이후 처음으로 시장이 원하는 방향성이 부합했다. 연방은행(연은) 인사들이 잇따라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면서도 "이달 말 예정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의외로 소비가 탄탄한 점이 확인되고, 11월 CPI가 원하는 방향성에서 어긋난다면 연준 위원들은 재차 스탠스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간 지수가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지고 있다. 4분기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수 회복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향후 추가 상승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480~2500선에서 강한 저항이 예상되는데 해당 지수대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1.7배 수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고점이며, 200일 이동평균선에 위치한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극에 달하는 추세 반전의 분기점이자 해당 지수대를 넘어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펀더멘털 동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