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지주 배당 여력 확보 목적" … 銀 "자본 안정 차원"김기홍 JB금융 회장 지분 보유 맞물려 이해충돌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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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배당 정책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자본 적정성이 감독 기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차입성 자본 확충에 나선 배경을 두고 노동조합은 배당 여력 확대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은행 측은 자본비율 안정화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개인 이해관계와 맞물린 이해충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최근 이사회 의결을 거쳐 1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절차에 착수했다. 광주은행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2016년 700억원 규모 영구채 이후 9년 만이다.

    광주은행의 재무지표를 보면 자본 여력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다. 올해 3분기 기준 광주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은 2조347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9% 증가했고, 총자본비율은 15.65%로 감독당국 규제 기준인 11.5%를 웃돈다. 보통주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도 각각 15.53%로, 그동안 신종자본증권 없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주은행이 차입성 자본 확충에 나서자 배당 재원 확보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은행의 배당 성향은 최근 수년간 빠르게 높아졌다. 2020년 29.95%였던 배당성향은 2022년 69.71%까지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52.37%를 기록하며 1500억원을 배당했다. 노조는 이 배당금이 지주사인 JB금융지주를 거쳐 계열사 재원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주사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JB금융지주는 중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5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광주은행의 배당 부담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논란의 불씨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개인 이해관계 문제로까지 번졌다. 광주은행 노조는 김 회장이 JB금융지주 주식 약 16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 성향 확대가 개인 배당 수익 증가로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배당 확대와 주가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이 회장 개인의 자산 가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판단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특히 “차입 부담은 은행이 떠안고, 자금은 지주사로 이전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4.60% 수준으로 형성된 점을 들어,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배당 여력을 확보하는 방식은 지역은행의 공공성과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한 영업점 통폐합과 채용 축소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금융감독원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노조는 금감원이 배당 목적의 차입성 자본 확충 여부와 지배구조상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은행 측은 이러한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공공기관 금고 선정과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배당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본비율이 양호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차입성 자본 확충에 나선 점, 그리고 지주사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시점이 맞물린 점을 들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은행의 수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지배구조와 책임경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