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사 중 현대건설만 매출액 대비 연구비 1%대주택사업 부진에 비용 절감…원가율 상승 악재도해외기업 저가공세 맞대응해야…핵심은 스마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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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주택시장 침체가 국내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부동산 한파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는 등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주택사업이 흔들리자 당장의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연구개발(R&D) 비용부터 절감에 나선 것이다.최근 토목·플랜트는 물론 친환경·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기업간 기술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이같은 R&D 투자 위축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R&D 투자가 몇 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특히 10대 건설사의 경우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각 건설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 중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이 가장 큰 건설사는 1.17%를 기록한 현대건설이었다.대우건설이 0.71%로 2위를 차지했고 롯데건설(0.50%), DL이앤씨(0.4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업부설연구소 개념의 기술연구원을 산하에 두고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다만 현대건설을 제외한 상위권 건설사들도 여전히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은 1%에도 못 미쳐 R&D 부문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 0.04%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0.79%를 기록했는데, 상사·패션·식자재·바이오 등 부문과 함께 공시되기 때문에 실제 연구비 비중은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1년 전보다 연구개발비용이 소폭 증가한 건설사도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은 0.5%에도 못 미치는 곳이 대부분이다.포스코건설의 경우 연구개발비용을 작년 3분기 202억8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241억5900만원으로 늘렸지만 연구비 비중은 0.35%에서 0.41%로 0.06%p 높아지는 데 그쳤다.같은 기간 GS건설은 연구개발비용을 235억7900만원에서 245억8700만원으로 늘렸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은 0.37%에서 0.29%로 오히려 줄었다.대우건설도 연구개발비용을 442억5100만원에서 477억3500만원으로 늘렸고 연구비 비중은 0.71%로 같았다.반면 현대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현대산업개발 등은 1년새 연구개발비용이 줄었다.현대건설은 작년 3분기 1011억82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993억8700만으로, DL이앤씨는 367억9300만원에서 올해 259억2600만원으로 각각 줄었다.같은 기간 SK에코플랜트의 연구개발비용은 242억600만원에서 177억7800만원, 현대산업개발은 16억5400만원에서 9억8300만원으로 감소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건설업 대내외적 환경의 영향으로 투자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해외수주 감소, 주택시장 위축, 자잿값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 악재가 잇따라 R&D 비용을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국, 인도 등 건설업 후발주자의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기술력 증대가 요구되는 만큼 R&D 투자액에 비례하는 인센티브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용은 줄이기는 쉬워도 다시 늘리기는 어려운 부문"이라며 "특히 연구인력 확보가 관건인데, 최근에는 전문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과의 공동연구와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확충하고 있는 건설사도 적잖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특히 스마트건설 관련 연구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건설사들은 스타트업과의 공동 연구개발과 현장 적용, 자체 연구를 통해 스마트건설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며 “최근 정부가 스마트건설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