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이달 들어 코스피서 9천억원 순매도시총 상위 종목 위주 던지고 곱버스는 사들여경기 침체 우려·환율 영향…한·미금리 역전에 자금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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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두 달간 '바이(Buy) 코리아' 기조로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이 다시 '셀(Sell) 코리아'로 돌아섰다. 그간 담아온 대형주 위주로 팔아치우는 대신 국내 증시 하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곱버스(2배+인버스)'를 사들이며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긴축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면서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8891억원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이 기간 코스피는 5.1% 하락했다.

    이는 지난 두 달간 코스피에서 7조3939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10~11월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11.9% 상승한 바 있다.

    최근 외국인들은 대형주 위주로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금액 상위 종목들은 SK하이닉스(4162억원), 네이버(1146억원), 기아(1104억원), 삼성전자(851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536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다.

    이달 들어 대형주 지수는 4.8% 하락한 반면 중형주는 3.2%, 소형주는 3.8% 내리며 대형주에 비해 선방했다.

    외국인은 대형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도 적극적으로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00지수 하락에 2배 베팅하는 KODEX200 선물인버스2X ETF를 23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이 종목을 4012억원 순매도한 것과 반대 행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악화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13~14일(현지시각) 양일간 개최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기조를 견지하며 조기 피봇(정책 전환) 기대감을 꺾었다.

    동시에 긴축 장기화에 따른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연준은 12월 FOMC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1.2%)보다 낮아진 0.5%로 잠재성장률(1.8%)을 하회하는 성장을 제시했다.

    1200원대로 떨어지며 하향 안정화되는 듯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1300원 초반에서 움직이는 점도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을 판 뒤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해 국내 주식 매매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감소할 수 있어 불리하다.

    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데 이어 환율까지 상승하자 외국인들의 매물 출회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에, 장기적으로는 경기에 민감한데 환율이 1300원 초반 수준에 진입하면서 환율 메리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22년 만에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차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이달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125bp로 벌어졌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높게 쳐주는 미국으로 투자자금을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 압력에 대해 경계감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는 코스피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코스피 하락 변동성에 대비하는 전략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당분간 주식비중을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이 바뀌어야 증시의 추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