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뜻이다"… 노골적 압박"이게 법치냐"… 반발 확산"소송 안하면 배임"… 이사회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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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로서 책임이 명확하다. 정부의 뜻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태승 회장 징계는 만장일치 결론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국노총)

    "불과 1년전 우리금융 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금융노조)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을 향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반발기류도 확산하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기야 '정부의 뜻'이라는 노골적인 언사까지 등장하자 우리금융 구성원들 사이에선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일찌감치 ‘관치 불가’와 ‘낙하산 저지 투쟁’을 예고했다. 

    우리금융노조(우리은행지부, 우리카드지부, 우리FIS지부, 우리신용정보지부)는 지난 12일 "우리금융의 CEO 선임에 관치가 작용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국정의 대원칙인 ‘법치’나 ‘시장자유주의 원칙’ 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도 지난달 “권력자 측근이나 현장 경험 없는 모피아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한국노총은 "금감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며 이복현 원장을 직격했다.

    노총은 "부실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와 감독기관"이라고 날을 세웠다.

    우리금융 지분 9.4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 사주조합도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룬 것이 불과 1년전이며, 금융당국 스스로 우리금융의 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현명한 판단', '공정, 투명한 CEO 선임' 등을 내세워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주조합에는 2만5000여명의 우리금융 구성원 대부분이 가입돼 있다.

    손 회장의 거취와 당국의 징계에 대한 소송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이사회도 기류가 달라진 모습이다.

    박상용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열린 이사회 직후 취재진에게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 내년 1월 예정된 이사회에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고려해야 할 요소가 복잡한 게 많아 속전속결로 결정할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빠른 결정을 최촉하는 당국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어 이복현 원장의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래서 현명한 판단을 하려고 한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손 회장이 재임 시절 역대급 실적을 올린데다 완전 민영화 달성 등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연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손 회장이 2019년부터 은행장을 지내다 2020년 회장이 된 만큼 장기집권 논란에서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사법리스크도 일단락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의 압박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배임과 여타 소송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사들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위는 당시 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중징계 조치를,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일부 업무정지 3개월, 과태료 76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우리은행에겐 부당권유 금지 위반까지 적용했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중인 우리금융으로서는 만약 금융당국의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소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고 더 나아가 이사회의 배임 이슈까지 불거질 수 있다.

    또 금감원 분조위가 금융사의 부당권유가 인정될 경우 배상비율을 10%포인트 더 올리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제재를 수용할 경우 배상규모가 150억원 이상 증가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DLF 최종 판결에서 우리은행이 승소한 만큼 라임펀드 역시 부당권유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어보인다”며 “이사진들이 배임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소송제기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자연스레 손 회장의 연임과도 연결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