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900억 매입, 채안펀드 1200억 투입 '절반의 성공'"대여금 상환목적…안정적 자금조달 통해 우발 채무 해소""부동산침체 내년 PF ABCP 34조 만기…건설리스크 부각"
  •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160614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160614 ⓒ연합뉴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이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건설 회사채에 대한 시장 우려에 KDB산업은행과 채권시장 안정화 펀드(채안펀드)의 지원사격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30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해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자금난을 일단 해소하게 될 전망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정부의 지원사격으로 간신히 완판한 만큼 롯데건설을 비롯한 건설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내달 2일 2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벌여 400억원가량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채안펀드가 투입돼 1200억원 어치를 인수하고,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도 900억원 규모를 사들여 미매각이 발생하진 않았다.

    금융당국이 건설채는 물론, 부동산 PF 기업어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려 적극 개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안펀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은행채, 회사채, 카드채 등을 인수해 채권 시장의 실세금리를 내리는 역할을 하는 펀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A등급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회사채의 70%를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금리는 연 5.87% 안팎으로 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산은의 우선 인수와 채안펀드의 지원 덕분에 2500억원 완판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또 30일 신한은행을 상대로 2000억원의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4분기에만 4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아 유동성 부족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CB 만기는 5년으로 표면 금리는 8.48%, 만기 금리는 10.03%다. CB 전환시 롯데건설 발행 주식의 약 5%에 이르지만, 롯데건설이 당분간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사실상 5년짜리 대출인 셈이다.

    롯데건설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레고랜드발 자금 시장 경색에 10월부터 전방위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연말까지 회사가 연대 보증한 부동산 PF ABCP 약 4800억원 어치의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1분기에도 3조5000억원가량의 어음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PF 관련 우발 채무는 지난달 말 기준 약 7조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PF ABCP는 3~5년간 필요한 부동산 개발 자금을 3~6개월 단위의 단기 유동화 증권으로 끊어 발행해 만기 때마다 차환 발행을 이어가며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9월 말 레고랜드 ABCP가 부도 처리되자 투자자들의 기피가 심화했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ABCP의 차환에 실패하면 이를 보증한 건설사나 증권사가 해당 자금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롯데건설도 계열사 대여금과 차입금 등으로 10월 이후 투자자를 찾지 못한 ABCP 일부를 매입하며 대응해왔다.

    롯데건설은 10월 이후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1조9260억원을 조달했으며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도 9000억원을 빌려줬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유상증자를 통해 1783억원을 지원했으며 최근 3개월간 기업어음(CP) 2500억원 어치도 발행해 현금을 쌓았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은 레고랜드발 PF ABCP 경색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롯데케미칼에서 대여한 자금을 상환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고, 앞으로도 안정적 자금조달을 통해 우발 채무를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의 이번 회사채 발행도 사실상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는 데다 유동성 압박이 여전한 만큼 건설채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잇달아 내년 산업 전망에서 부정적 업종으로 건설업을 꼽았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한 통화 긴축 정책,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거듭된 금리 인상, 부동산 PF 자금 경색 등 연쇄적인 충격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디폴트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선 건설업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2021년 9월 1만4000호에서 2022년 9월 말 4만2000호로 크게 늘었다. 고금리 등으로 매수심리가 저하되면서 분양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또한 건설사들은 분양경기 저하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매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7.2%를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에는 4.7%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점을 염려스러운 부분으로 짚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할 부동산 PF ABCP가 3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부동산 PF가 줄지어 만기될 예정인 가운데 우발 채무 리스크 확대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 중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된 곳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최근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서 PF 차입금의 처한 위험이 건설사의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두드러지고 있다"며 "회사별 PF 우발 채무 규모와 보유 유동성 상황 등에 따라서 위험 수준이 회사 간에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건설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면밀하게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끝도 없이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 청약 미달 현장이 속출하는 분양시장 그리고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매출 등으로 2023년 주택 중심의 건설사는 힘든 한 해를 보낼 전망"이라며 "업종 투자의견을 긍정(Positive)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