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생 토끼띠 수장… 비(非)롯데맨과 순혈 신세계人'고객' 중심의 재편 통한 성과 내올 한해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중점
  • ▲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각 사
    ▲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각 사
    2023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롯데와 신세계 양대 유통기업의 토끼띠 최고경영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1963년생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그리는 청사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현 부회장은 롯데의 순혈주의 타파 움직임 속에서 처음으로 유통부문 수장에 오른 비(非) 롯데맨이다. 한국 P&G와 홈플러스 대표 등을 지낸 유통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살려 올해 롯데를 다시 ‘유통 1번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고객 중심’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존 점포를 고객 수요에 맞게 재단장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도입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내부 게시판을 통해 조직 문화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부문에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 역량과 일하는 방식, 전반적인 문화를 혁신할 것”이라면서 “11개 계열사에 대한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혁신도 이루겠다”고 말한 바 있다.

    취임 이후 성과도 나고 있다. 롯데쇼핑이 당기순이익을 흑자 전환한 것은 지난해 1분기로 6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98.3% 늘어난 29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슈퍼, 이커머스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사업부문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백화점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온라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곳이 그로서리 시장이다. 김 부회장은 마트를 ‘대형 그로서리 전문점’, 슈퍼는 ‘중소형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트와 슈퍼는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해 시너지를 강화한다. 소싱을 통합하게 되면 중복 업무로 인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상품코드 통합도 진행했다. 그간 마트와 슈퍼는 같은 상품을 취급하면서도 별도의 상품코드를 사용왔다. 코드 통합을 통해 통합 발주와 상품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11월에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서비스 사업 확장을 위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았다.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국내에 6곳 설치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향후 5년간 37조원의 대규모 그룹 투자 계획을 밝히며, 유통군에 8조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유통 명가 재건과 상권발전, 고용 창출 등에 쓰일 예정이다.
  • ▲ ⓒ각 사
    ▲ ⓒ각 사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경영능력을 입증 받아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 승진자에 이름을 올렸다.

    손 대표는 상품기획 전문가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해외명품팀장 등 상품기획자(MD)로 업에 대한 이해를 쌓았고 상품본부장과 패션본부장을 지냈다.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 겸 영업담당 부사장을 거쳐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신세계디에프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2021년 10월 신세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이 3분기 연속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며 능력을 입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8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9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5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MZ세대’를 겨냥한 상품 구색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점 신관에 문을 연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이 대표적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컨템포러리는 하이앤드를 추구하지만 가격은 조금 더 저렴한 브랜드를 뜻한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에 여성패션 매출이 31.7%, 남성패션 매출은 29.1%, 골프웨어 매출은 33.7% 각각 증가했다. 명품 매출도 22% 늘었다.

    손 대표는 오프라인 차별화 전략과 더불어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온라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신세계는 이마트·신세계I&C가 갖고 있던 홈쇼핑·T커머스 사업체인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지분 1126만 주(76.1%)를 약 2255억원에 취득했다.

    ‘엔데믹’에도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둔화가 예상되면서 온라인과의 시너지 없이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콘텐츠 자회사인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서울옥션 인수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도 강화한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소셜미디어에 ‘신백(Shinbaek)’ 계정을 만든 신설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자책 대여 서비스 ‘신백서재’, 라이브커머스 ‘신백 라이브’ 등을 운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