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부품 공급하며 불공정계약… 3년간 7.6억 달러 이상씩 구매 강요거부땐 주문승인·선적·기술지원 등 중단… 공정위 조사하자 동의의결 신청경쟁사업자 배제 등 불공정행위 중단… 200억 상생기금·인력양성 지원키로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스마트기기 부품을 공급하며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자진시정안을 내놨다. 해당 시정안이 받아들여지면 브로드컴은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브로드컴 본사와 한국지사 등 4개사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이해관계인과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9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도란 사업자가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어 일각에선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2020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의 부품을 사도록 강요했다. 만약 일정금액 미만으로 부품을 구매하게 된다면 그 차액을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배상하는 불공정계약을 체결하도록 했으며 해당 계약을 거부할 경우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을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었으나, 브로드컴이 지난해 7월 동의의결 절차의 개시를 신청하면서 조사가 중단됐다. 

    브로드컴이 내놓은 시정방안은 경쟁질서 회복과 상생 지원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브로드컴은 향후 스마트기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활용해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중단키로 했다.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총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반도체·정보기술 산업 분야의 중소 사업자와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브로드컴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를 통해 123억원을 지원해 다음 달 준공될 제2판교 글로벌비즈센터의 공간을 활용해 '혁신설계센터'를 구축한다. 이곳에서 반도체 설계 계측이나 실험공간, 사무공간 등을 운영해 반도체 제품 테스트를 위해 필요하지만 고가인 장비 등을 지원한다. 

    브로드컴은 77억원을 지원해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시스템 구축을 통해 5년간 총 75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는 계약 기간인 2020년 3월~2021년 7월 주문해 출시된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S22 스마트폰에 대해 브로드컴이 3년 동안의 품질보증과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심재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최종 동의의결안은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되면 의견수렴 내용 등을 종합 검토한 후 공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