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2024년 시행 예고EU 탄소세 대응 단기적 탄소중립 실천 대안탄소포집 기술, 전기로 공법 고도화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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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내 철강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단기적으로 규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아 수집과 운반·보관·재활용에 제한이 있던 고철(철스크랩)은 별도절차 없이 순환자원으로 지정됐다. 해당 법안은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법안은 철스크랩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수입산 고철은 국내산에 비해 대체로 품질이 낮아 가공에 비용이 더 들고, 탄소배출량도 더 많다. 철스크랩의 국내 자급률은 80% 수준으로, 2021년 기준 국내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철광석 등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철강산업에서 철스크랩의 순환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한편,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철스크랩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고로 비중을 낮추고 전기로 비중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고로 방식은 고품질 철강 생산이 가능하지만,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4배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철강 생산량은 총 7042만 톤이다. 이 가운데 고로 방식 생산량은 4803만 톤(68.2%)으로, 전기로 방식은 2239만 톤(31.8%)의 2배가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별 탄소배출량 비중 및 추이’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 발전에너지 다음으로 높은 값으로, 철강업계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탄소배출 감축 요구는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일종의 무역장벽으로도 작용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의 CBAM은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과 시멘트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10월부터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시범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CBAM 시행은 철강업계에 특히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CBAM 적용 6개 EU 수출 품목 중에서 철강이 43억 달러(약 5조 3763억원)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 탄소 중 90% 이상을 배출하고 있어 탄소배출 저감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두 기업만 고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는 전기로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철강사 포스코는 친환경 생산 기술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연료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기법이다. 수소환원제철의 원천기술로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했지만, 상용화에는 40조원의 자금과 30년의 시간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탄소저감 조치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기로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환원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고로 공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도 탄소저감을 위한 방안이다.

    현대제철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제철 공정 ‘하이큐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당진제철소의 고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에 2025년까지 4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이 실질적으로는 폐기물로 분류가 됐었지만,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모든 사업자들이 원활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전기로 뿐만 아니라 고로에서도 최대 15% 정도 사용하는 스크랩 비중을 이론적으로 30%까지 가능하다고 하는 만큼 연구개발과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