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13일 수사 결과 발표74일 간 28명 입건 등 소기 성과 내부선 "윗선 눈치 보기 수사" 혹평
  • ▲ '이태원 압사 사고'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강민석 기자
    ▲ '이태원 압사 사고'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강민석 기자
    '셀프수사'란 우려 속에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결국 한계를 떨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74일 간 수사 끝에 주요 피의자 28명을 입건하고도 정작 윗선 책임 규명에는 실패해 낙제점을 받았다. 급기야 경찰 내부에서도 "망신살이 뻗쳤다"는 등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청사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한다.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 후인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후 꼬박 74일만이다. 

    특수본은 그간 5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여느 때보다 속도감 있는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서울서부지검에 구속 송치하고 김광호 서울청장(치안정감)과 류미진 서울청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입건된 주요 피의자만 28명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입건 대상이 1차 책임 기관 혹은 실무자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직무유기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불송치키로 했다. 또 최종 지휘책임권자인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형사상 책임이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라 국가경찰사무만을 지휘하는 경찰청장에게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결국 특수본은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 조차 벌이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檢 보강 수사 결과 따라 특수본 비판 커질 듯

    일선 경찰들은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는 특수본 수사에 대해 "이 공장이 그렇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용 그리려다 뱀 그린다. 소리만 요란했지 결과물이 없다"는 등의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한 경찰관은 "국민들로부터 망신만 당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의 수사였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다. 어느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며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면 망신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벌써부터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수본이 이미 압수수색을 벌인 곳들에 대해 다시 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여기에 이번 주 중 김광호 서울청장 등 주요 피의자를 송치 받으면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검찰 수사로 윗선 책임 소재 등 새로운 혐의점을 발견하면 특수본 수사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