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17조원대 증가 후 새해 들어 15조원대 하락기준금리 인상에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치솟아이자 부담·투심 악화에 연초 개미 3조원 순매도
  • 기준금리 인상으로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10%대까지 치솟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악화된 투자심리에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5조8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15조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신용잔고는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신용잔고는 연말 다시 17조원을 돌파했지만 연초 들어 다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와 대비하면 그 감소폭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12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23조6509억원으로, 1년 새 32.8% 줄었다.

    빚투 규모가 줄어드는 건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의 91~120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1%, 유안타증권의 31~90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05%를 적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61일 이상과 DB금융투자의 91일 이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각각 9.9%로 집계돼 10%에 육박했다. KB증권·SK증권의 91일 이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9.8%다.   

    반대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시행한 반대매매 완화 조치가 지난해 말 종료되자 새해 들어 반대매매 금액은 3일 기준 250억원대까지 늘었다. 이는 연말 대비 두 배 수준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주식 가치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청산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반대매매 물량은 추가적인 지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높아진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만큼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새해 들어 코스피는 연말 대비 6.69% 상승했지만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2조96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2조8839억원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대비되는 행보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하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개인 순매도 종목 1위에 올랐다. 종가 기준 '6만 전자'를 돌파한 지난 9일에도 개인은 3420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도 줄곧 순매수로 대응해오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속해서 이자율이 높아질 우려가 여전한 만큼 반대매매 증가로 인한 증시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고 내림세를 보일 때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라며 "이자율이 높아 비용이 많이 드는 상태에서 반대매매 위험까지 크기 때문에 적절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매크로적으로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투자도 이를 감안해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는 여전해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진단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위축된 거래대금과 투자 심리는 여전히 부진하며 반전이나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증시의 특성도 작년말의 연장선에 있어 전체 증시를 주도할 업종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