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0억 출자 업계최초 액셀러레이터 법인설립…건설신기술 집중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기술 보다 빠르게 확보…"기업선별 선구안 관건"플럭시티 '스마트안전관리 솔루션' 공동개발…2년간 중대재해 '0건' "성과시 그룹내 입지 탄탄…당장 수익연결 어려워 일회성에 그칠수도"
  • ▲ 호반그룹 사옥과 김대헌 기획총괄사장. ⓒ호반그룹
    ▲ 호반그룹 사옥과 김대헌 기획총괄사장. ⓒ호반그룹
    호반건설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기술 확보로 사업다각화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 첨단기술 도입과 스마트건설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해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특히 자체연구소를 운영하는 대형사와 달리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에 집중함으로써 선진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혁신은 김상열 창업회장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업계 대표 '젊은피'로 통한다. 유례없는 부동산시장 한파속에서 그가 신사업 성과를 통해 능력을 입증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성장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스마트건설 관련 신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건설현장이나 신축아파트에 적용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시스템을 구축중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업계 핵심과제로 부상한 안전관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2년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설사중 하나다. 전국에 현장이 많은 시공능력평가 20위이내 건설사로선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첨단기술이 있다. 호반건설이 디지털트윈 전문기업 '플럭시티'와 공동개발한 스마트안전관리솔루션은 공사현장을 3D로 구현해 공정별 사고발생 가능성 등을 예측한다. 

    플럭시티는 3D가상화 모델링을 기반으로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딩 통합관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2020년부터 호반건설 벤처투자회사인 플랜에이치벤처스 투자를 받아왔다. 실제공간을 컴퓨터상에서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트윈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확보는 자체연구소 운영보다 인건비 등 초기 투자비용이 덜 들고 기술을 더 빠르게 도입하는데 유리하다"며 "다만 검증된 기술을 가려내는 선구안이 필요한데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미래 핵심기술로 꼽히는 드론도 적극 활용중이다. 호반건설이 스타트업 '뷰메진'과 개발한 'AI 드론 품질검사 솔루션'은 드론으로 건축물외관을 촬영한뒤 AI를 이용해 건축물품질을 진단한다.

    ESG 도입으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도시재생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첫단계로 플랜에이치벤처스를 통해 제로에너지부문 스타트업 '에이올코리아'와 친환경소재기업 '포스리젠', 자연친화적 산림복원업체 '코드오브네이처' 등에 투자하며 관련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 에이올코리아와는 제습성능을 50% 올리고 전력소모량은 40% 절감한 차세대 환기시스템을 공동개발해 '호반써밋' 설계에 적용중이다.

    포스리젠은 페로니켈(철·니켈) 제련시 발생하는 슬래그(FNS)로 친환경시멘트 혼화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일반 포틀랜트시멘트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게 장점이다. 

    스타트업 산파역할을 하고 있는 플랜에이치벤처스는 김대헌 사장이 2019년 50억원을 출자해 업계 최초로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법인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사업공간·멘토링 등을 종합지원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2020년에는 오픈이노베이션팀을 신설하고 스마트건설 기술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설립후 지금까지 3년간 총 28개기업에 투자했으며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55번 진행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김대헌 사장이 스타트업 육성과 스마트건설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올해 성과가 그룹내 입지와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사업다각화에 나설 때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룹내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며 "다만 스타트업 투자와 스마트건설·친환경부문은 투자를 해도 당장 수익과 연결되기 어려운데다 일회성에 그칠 수 있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벤처·스타트업시장도 부동산 못지않게 얼어붙은 상황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도 시장상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요즘 같은 시장침체기에는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기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