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法' 현실화… 게임업계 '선제적 대응'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게임사들의 향후 수익모델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유동수·유정주·이상헌·전용기·하태경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병합해 의결했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약 2년 만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와 효과,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를 위반할 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시정권고 및 시정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사가 정해 놓은 확률에 따라 인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다.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높은 등급의 캐릭터나 장비 등에 낮은 확률을 부여해 이를 주요 과금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캐릭터나 장비의 획득 확률이 지나치게 낮고 일부 게임에서 확률 조작 의혹 등이 벌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게임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발생한 ‘큐브’의 잠재능력 옵션 등장 확률 이슈가 있다. ‘보스 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 ‘몬스터 방어율 무시’ 등 일부 효율이 좋은 옵션이 총 3개 중 2개까지만 등장한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해당 옵션을 획득하기 위해 금액을 지불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해당 사태 이후 넥슨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의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공개해오던 ‘유료 뽑기형 아이템’ 정보는 물론,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과 ‘유료 인챈트(강화) 아이템’ 정보까지 전면 공개하면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개정안이 향후 최종 통과될 경우 게임물을 제작·배급·제공하는 주체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게임물과 홈페이지, 광고·선전물에 표시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 변화에 게임사들은 새로운 과금모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게임시장의 트렌드가 모바일게임에서 PC·콘솔게임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플랫폼에 적합한 새로운 과금모델을 준비 중인 것.

실제로 최근 넥슨에서 출시한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엔씨소프트(TL), 펄어비스(붉은사막) 등 국내 게임사에서 개발 중인 콘솔 플랫폼 기반 게임들 역시 플랫폼의 특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확률형 아이템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두고 과잉 규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에게 개정안을 강제하기 어려워 국내 게임사와 역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기존에 확률형 아이템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영역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문체부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확률 공개 의무화를 대체로 수용하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여야 간 법제화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법안은 무리 없이 문체위를 통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