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 베스파, 엔픽셀 등 전환배치 이어 정리해고대형 게임사도 프로젝트 정리… 경기침체 및 인건비 등 부담 가중전환배치 대형게임사 그나마 상황 나아… 프로젝트 종료 시 '권고사직'도
  •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 및 신작 흥행 부진 등으로 게임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고용불안’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대형 게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게임사에서 문제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베스파, 엔픽셀, 데브시스터즈 등의 중소게임사가 프로젝트 중단 및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바일게임 ‘킹스레이드’의 흥행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베스파는 지난해 7월 100여명 규모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자기자본을 50% 초과하는 사업손실로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우려’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전 직원 연봉 1200만 원 인상을 단행하면서 무리한 경영을 했고 킹스레이드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는 등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게임 ‘그랑사가’를 서비스 중인 엔픽셀은 지난해 말 일부 인력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상태다. 게임업계 최단기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을 달성했지만, 그랑사가 서비스의 하향 안정화 및 신작 출시 지연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쿠키런’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접으면서 일방적인 직원 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퇴사 통보 5시간 만에 장비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발생한 가운데, 사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구성원들이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해 쿠키런 IP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과 절차를 안내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게임업계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전략을 취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게임사부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중소게임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의 북미법인 엔씨웨스트가 최근 전체 직원 중 약 20%를 감원하며 조직개편에 나섰고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 역시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이 오는 3월부터 조직장 연봉을 동결하고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허민 대표가 이끄는 원더피플은 실적 악화로 인해 임직원에 구조조정을 통보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다수의 게임사가 프로젝트별로 게임을 개발·운영하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및 비용 효율화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해당 직원들의 권고사직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는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전환배치를 진행하는데, 내부에서 진행되는 채용 절차에서 떨어질 경우 사실상 권고사직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부당한 해고의 경우 법적 대응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게임업계 특성상 팀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계 내 평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불가능한 대처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나마 노조를 갖추고 있는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의 보호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게임사들은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업무 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고용 불안에 대한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게임사 직원들의 경우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실직자가 되는 일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상당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