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 52시간제 개편 추진프로젝트 마감 앞두고 '사망' 등 부정적 사례 다수포괄임금제 유지 중소게임사 '노동 환경 악화' 불가피
  •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방향으로 노동 시간 연장을 추진 중이다. 과거 ‘크런치 모드’로 몸살을 앓았던 게임업계는 이 같은 변화에 노동 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회사의 방침에 따라 바쁜 기간에는 근무 시간을 늘리고 여유가 있는 기간에 이를 조정해 유연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가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크런치 모드란 업무 마감 시한을 앞두고 수면, 식사, 위생, 기타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장 근무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게임업계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작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 사고 및 건강 악화 사례 등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업무 환경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 소속 종사자들은 타 규모 사업체보다 크게 낮은 5.1%만이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다.

    반면, 100~299인 게임사에서는 해당 수치가 17.9%, 50~99인(20.6%), 5~49인(21.6%), 5인 미만(25.0%)을 기록하면서 규모가 작은 게임사일수록 크런치 모드 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런치 모드 이후 제대로 된 휴식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크런치 모드 진행 후 휴식이 보장된다는 의견은 2022년 54.1%로 2021년 54.7%와 유사한 응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휴식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7%로 2020년과 2021년 각각 1%, 2.9%를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휴식이 매우 보장된다는 응답률은 2020년 37.6%에서 2021년 27.6%, 2022년 22.7%로 매년 감소했다.

    주 52시간제 내에서도 제대로 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최대 69시간까지 연장할 경우 노동자의 근로 환경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포괄임금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중소게임사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게임사의 경우 대형게임사에 비해 근로 환경이나 복지 시스템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근무 시간 연장에 앞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각종 복지 시스템의 점검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