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오는 17일 양사 합병심사 결과발표 예고4개월 추가 조사로 심사 지연 가능성도 대두대한항공, 노선 배분 등 독점 우려 해소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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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심사 결과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항공업계 인수합병(M&A)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EU가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면, 나머지 심사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합병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오는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기업결합을 필수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국가 중에서도 심사 절차가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와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2년간의 치열한 사전협의 끝에 올 1월 13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EU의 양사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는 캐나다 항공사와 스페인 항공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성 저하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전례가 있다. 난관으로 여겨지는 EU 문턱을 넘어선다면 남은 경쟁당국 심사는 비교적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EU가 심사 기한을 더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시장 지배력 우려로 EU의 반독점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7일 예비심사가 끝난 뒤 4개월간 추가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되면 EU는 35일 안에 1단계 심사를 끝내야 한다. 이 심사에서는 시장 경쟁 제한성과 독점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다. 아울러 해당 기업은 신고서 제출 뒤 20일 이내에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자체 시정방안을 EU에 제출해야 한다.

    EU가 1단계 심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합병을 곧바로 승인하지만, 시정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심사에 돌입한다. 로이터가 언급한 4개월간 추가 조사는 2단계 기업결합 심사를 뜻하는 것으로, 최대 130일이 소요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로부터 2차 심사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이 전혀 없다”며 “아직 EU가 밝힌 1차 심사 기한 전이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EU의 승인을 얻기 위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로마, 파리, 이스탄불 등 5개 노선 슬롯(slot)을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사인 에어프레미아를 비롯해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유럽 국적 항공사의 신규 취항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는 EU를 비롯해 필수신고국인 미국과 일본, 임의신고국인 영국 등 4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합병 기한을 오는 3월 23일로 한차례 연장한 상태며, 미국도 추가 심사를 진행 중이나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영국과 미국이 ‘불승인’이 아닌 추가 심사에 나선 만큼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영국에는 인천~런던 노선에 버진애틀랜틱에 신규취항을 제안했으며, 미국에는 인천~LA·뉴욕 등 주요 노선의 신규 항공사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한국과 항공자유화 국가로 운수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경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비교적 무난한 승인이 예상된다. 독점 우려 노선도 부산~나고야 노선 1개에 불과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작업도 수월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장경쟁성 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