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부총리 "경기도 신경써야"… 한은 결정 영향 여부 주목일부 금통위원, 급격한 금리 인상 따른 경기침체 우려美와 금리역전 폭 사상 최대 눈앞… 인상 명분도 충분
  • 최근 정부 측에서 경제정책 방향의 무게를 서서히 물가에서 경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법한 언급이 나오면서 조만간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경기둔화 심화를 우려해 동결할지가 관심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 초청 행사에서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라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를 본격적으로 챙겨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정책의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졌다고 해도 한은 통화정책이 즉각 보조를 맞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용 총재는 취임 후 여러 차례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정책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쭉 나타난다"거나, "물가 수치는 확연히 지금 걱정하는 것보다 좋아질 것이다. 하반기에는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까지는 경기나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앞세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에 우선을 둔 정책 기조였다. 

    그러나 금통위 역시 자칫 무리한 금리 인상이 급격한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회의 당시 한 위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 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위원도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물가·경기·금융 간 상충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오는 2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이 기존 성장률 전망치(1.7%)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론의 근거로 꼽힌다.

    이 총재는 지난달 0.25%p 인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일어난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라며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인상의 명분 역시 충분하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가운데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고, 그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와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0.25%p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돼 있다. 한은과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