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정비업체 난립…벌칙규정 없어 행정조치외 제한적공문서위조·깜깜이사업진행·특정업체독점 등 개선점 가득 도시정비사업 대비 빠른 진행속도…1월기준 166곳 추진중
  • ▲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사진=성재용 기자
    주택건설업계 '틈새시장'으로 알려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미등록정비업체가 난입하는가 하면 정비업체 문서위조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정비업체가 일대사업을 독식하거나 설계사와 짜고 '백마진'을 남기는 등 '깜깜이' 피해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한 사업지에서는 사업시행자인 신탁사가 미등록정비업체와 정비사업용약계약을 체결하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합 측에서 해당구청과 국토교통부에 문의했으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적용받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에는 벌칙규정이 없어 이를 행정조치외에는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실제 2018년 대구 한 소규모정비사업에서 미등록정비업체가 조합설립동의서를 걷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법적다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벌칙규정이 없어 미등록업체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나왔다.

    또 다른 문제는 조합설립 과정에서 정비업체들이 공문서를 위조하는 등 부정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사업지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과정에서 주민동의서 여러건이 위조돼 경찰수사에 들어갔고 동대문구 용두동 또다른 사업지에도 같은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제동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글씨도 잘 못 쓰시는 분 명의의 동의서를 보니 또박또박 쓴 글씨체고 지장도 마음대로 찍혀있다며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들의 위조의혹 내용을 전부 경찰에 고발했고 구청에서는 해당 결과와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사업진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전 대덕구 비래동 한 사업지에서는 종전자산평가액 등이 제대로 고시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필지와 권리 등에 해당하는 토지 등 세부적인 평가액은커녕 소유자 보상가격이나 분담금에 대한 공개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일부지역민과 조합원들은 사업추진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이번에도 지방자치단체 직권으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일대에서는 특정정비업체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다수를 전담하면서 독점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에 의거 정비업체 역시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돼야 하지만 지명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으로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건 역시 해당관할청에서는 주민들 민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부천 원미구 심곡동 사업지에서는 건축설계사사무소와 짜고 설계용역비용을 부풀려 조합에 청구하고 일부금액을 되돌려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당사업 조합장은 관련 사실이 밝혀져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지자체에서는 "사유재산영역이라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행정적 지원만을 약속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 저층주거지 주거환경개선과 도심내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대규모정비사업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업규모가 작고 조합원수도 적어서 도시정비법 수준 규제가 없다 보니 무허가업체들이 난립하거나 부정부패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과 소규모재개발사업 절차상 미비사항 보완을 통해 국토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일반 도시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중견건설사 텃밭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건설사들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가로주택정비사업 경우 정비사업보다 사업진행이 빠르다. 안전진단이나 추진위원회 결성과 같은 절차가 생략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내 소규모아파트 단지와 연립·다세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1월 기준 166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40곳이 사업을 추진중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 새 4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