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 프리미엄 먹거리 도전했더니… 작년 867억 적자

하림산업이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에 도전장을 낸 성적표가 도착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막대한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 매출 역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험난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하림그룹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해 8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279억원 이상 커진 것이다. 지난해 매출이 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매출의 두 배에 육박하는 상황.

당기순이익은 그 이상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당기순손실은 1165억원으로 전년 보다 크게 늘었다. 적자규모가 크다 보니 지난달 하림지주가 지원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숨통을 트이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0.6%로 전년의 60.6%보다 악화됐다.

이런 하림산업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측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그룹의 물류단지 개발 사업을 맡아 별 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식품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5월 ‘더미식 밥’ 11종을 출시하면서 즉석밥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0월에는 프리미엄 라면 ‘더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들 제품의 판매와 영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한 영업비용의 부담을 짊어졌다.

하지만 흥행은 기대만큼 순조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미식 밥’의 시장점유율은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10%는 커녕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미식 장인라면’ 역시 시장의 높은 장벽을 확인하는 중이다. 하림산업은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 할 당시 2022년 매출 목표를 7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더미식 밥’의 매출을 포함해도 461억원에 그친 상황이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점유율은 1%대로 추정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품질에 있어 경쟁사 보다 큰 우위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즉석밥이나 라면의 가격을 지나치게 비싸게 설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 속에서 전망을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하림산업의 ‘프리미엄 전략’은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림산업은 최근 컵라면인 ‘챔라면’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일반 컵라면 대비 두 배가량 높은 3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격전략의 반면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가 얼어붙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2로 전월 대비 0.5p 하락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식품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투자하는 단계”라며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식품사업도 진출 초기부터 흑자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