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재생에너지공급·전력중개사업 정관변경 한화 건설부, 친환경 인프라 디벨로퍼로 변신 꾀해 SK건설→SK에코플랜트로 사명변경…비즈니스 전환 경영안정화 위한 이사회 구성…'내실다지기' 돌입
  • ▲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국내 주요건설사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한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는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확대'와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통한 '경영안정'이 주요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삼성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주요건설사 주총시즌이 본격 개막한다. 삼성물산은 17일,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23일,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4일, 대우건설은 28일 각각 주총이 예고돼 있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수익다변화를 위한 신사업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사업목적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및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위한 정관변경을 추진한다. 현대건설 측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사업 등 신사업추진'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2017년 사업목적에 '태양광발전사업과 환경관리대행업'을 추가한 이후 약 6년만이다.

    현대건설 측은 "그간 시장상황에 따라 주택사업을 열심히 해왔는데 신사업도 해야겠다고 판단해 재생에너지 공급과 소규모 중개분야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수처리사업 분야에서 단순시공을 넘어 제안부터 운영까지 개발을 주도하는 '친환경인프라 디벨로퍼'를 선언했다. 천안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사업을 2019년 수주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천안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에서 1조2400억원 규모 PF계약을 체결했다. 대전처리장은 완공후 30년간 운영까지 책임지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사명을 종전 SK건설에서 바꾸고 새비전을 그리고 있다. 2020년 환경시설관리(EMC) 인수를 시작으로 3년여간 업체 14곳을 인수·합병했다. 미국에서 인수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자회사 테스는 현지공장을 증설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비즈니스모델 전환을 완성했다고 본다"며 "일반건설사 신사업수준이 아니라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변신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 전체매출 가운데 주택건축은 25% 정도였고 환경에너지는 1분기 12%에서 3분기 17%로 늘고 4분기에는 20%대로 예상한다"며 "환경에너지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견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에스동서 경우 지난달 IR자료를 통해 연내 탄산리튬 라인을 증설하는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SK에코플랜트는 음식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를 연료로 전환해 공급하는 바이오에너지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계룡건설산업은 데이터센터 및 벤처사업 발굴·운영·투자·육성 및 기타 관련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에도 태양광발전 및 전력중개업, 폐기물 및 부산물 연료화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친환경을 핵심사업으로 내세웠으며 올해는 4차산업혁명 핵심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통해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건설업계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재쇼크 등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기 전에 주택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원자재 쇼크, 인건비 상승 등 악재들이 맞물리면서 주택사업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수익창출을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위해 주총에서 정관변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CBSI가 전월대비 14.7p 상승한 78.4를 기록했으나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BSI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수가 60선 아래로 떨어진 뒤 11월에는 12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52.5를 기록하는 등 매우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매파적 발언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또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효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점차 살아나는 상황에서 또다시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재 쇼크, 레고랜드사태로 촉발된 PF유동성위기 등이 겹치면서 현금창출력이 약화했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설명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경영안정화를 위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내실다지기에 돌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총에서 현건호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김용대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김용대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했다. 2015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대건설은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를 중용할 방침이다. 김재준 한양대 교수(건축공학)와 서울지법 판사를 지낸 홍대식 서강대 교수를 3년임기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GS건설은 허창수 대표이사 회장과 동생인 허진수 전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 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을 상정한다.

    대우건설은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위로 알려진 김보현 부사장은 2020년부터 헤럴드 부사장을 역임했다. 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인수단장으로 활약한뒤 올해부터는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으로도 재임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진희 고려대 경영대 교수(마케팅)를 감사위원회 위원이자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여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진희 교수는 2009년 고려대 경영대 마케팅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2014년 부교수, 2021년 정교수에 올랐다. 현재는 CJCGV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마지막으로 자본시장법 규제대상인 10대건설사는 여성 사외이사를 모두 선임하게 된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제165조 20항은 자산총액 20조원이상 상장사 경우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 한해 영업활동을 결산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비롯해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