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전년 동월比 6.0%↑…1년 반 만에 최소 상승폭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증시 한숨 돌려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아…"금리인하 전망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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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더불어 1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상승폭을 보인 CPI 결과에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25bp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SVB 사태에 흔들렸던 증시는 한숨 돌린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각)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0% 상승했다. 지난 1월(6.4%)보다 낮아졌고,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오름폭은 지난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다.

    전월 대비 CPI 역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0.4% 상승을 기록했다.

    식료품 물가가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9.5% 각각 오른 반면 에너지 물가는 전월보다 0.6% 떨어졌다. 다만 에너지 물가도 전년 대비로는 5.2% 상승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전월보다 8.0% 급락해 2006년 10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고, 연료유 가격도 같은 기간 7.9% 내려갔다. 반면 휘발유(1.0%)와 전기(0.5%)는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5% 각각 올랐다. 전년 대비로는 1월(5.6%)보다 상승 속도가 다소 줄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1월(0.4%)보단 오름폭이 커졌다. 

    예상치에 부합한 CPI 발표에 미국 뉴욕 증시는 모처럼 안도 랠리를 펼쳤다. SVB 파산 후폭풍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폭락했던 은행주들이 반등한 영향도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4% 상승했다.

    미국 증시 훈풍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1.12포인트(1.32%) 높은 2380.09로 개장한 뒤 오전 10시25분 현재 1.94%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도 16.48포인트(2.17%) 오른 774.53으로 급등 출발한 뒤 78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국내 증시는 SVB 파산 여파에 더해 CPI 발표를 앞두고 투자 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2.56%, 코스닥은 3.91% 하락하며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바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2월 미 CPI는 SVB 사태 발 유동성 위기 및 잠재적인 시스템리스크 출현 우려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에 일말의 안도감을 제공해준 이벤트였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긴장도가 높았던 증시도 한숨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연준이 시장 의견을 반영해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나.

    특히 SVB 파산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준이 무리하게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예상치에 부합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온 이후 시장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CPI 발표 직후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3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전날 65%에서 83.4%까지 끌어올렸다. SVB 사태 이전에는 50bp 인상 가능성이 50%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0%로 떨어졌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는 연준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보다 더 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CPI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향후 물가 둔화 폭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의 더딘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졌지만 2월 물가가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게 나왔고 SVB 파산에 따른 파급효과에 시장과 정책당국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다소 제한될 공산이 크다"면서도 "2월 근원물가와 연준이 중요시하는 슈퍼코어 핵심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SVB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다면 물가 중심의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도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 하반기에는 상품물가의 기저효과 약화가 물가 둔화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따라서 현재 선물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금리 인하 전망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