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기 정기 주주총회 참석 경영 보고"올 투자 50% 감축… 기술적 진화는 지속""파운드리·후공정 역량 강화 노력 아끼지 않을 것"
  •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과 별개로 지난해 발표한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부회장은 29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 미국 신공장 계획 관련 질문에 "리뷰가 거의 끝났다"며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계획을 밝혔다. 첨단패키징 시설·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조성에 1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박 부회장은 "패키징 공장은 전공정 팹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다"며 "미국 고객사가 요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고부가 패키징이 필수인 만큼 미국에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신청 세부지침을 공개하며 공정 수율, 소재, 판매가격 등 영업 기밀을 제출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전체 수율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니까 전체 공장을 짓는 기업보다는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종료되는 중국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금지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또 유예 신청을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한·미 정부가 이야기를 더 해야할 것 같고, 우리는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미중 갈등에 따라 경영계획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투자 50% 줄인다고 했는데, 경쟁사와 기술 경쟁 문제는 없는지'를 묻는 주주의 질문에 "우리는 미세화 공정으로 '무어의 법칙'을 적용해 반도체 업을 하고 있다"며 "미세화 공정 제품으로서 가장 첨단이 모바일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제품이 작아질수록 저전력에 스피드가 좋아지고, 그럴수록 핸드폰은 훨씬 비싸게 팔 수 있으니 미세화 가치가 가장 잘 반영된다"며 "반면 시장에서는 서버가 가장 떠오르고 있는데, 서버 시장에서는 우리가 미세화 공정에서 추구하는 캐팩스 대비 원가경쟁력을 그 정도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앞서 박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경영 보고를 하며 "과거에는 수요 확산에 대비해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빠른 생산 역량의 확대를 해왔으나, 지금은 시장 상황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장 수요와 고객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 최적화를 결정했다. 투자 지출 측면에서 2022년 19조원을 지출했지만, 올해는 50% 이상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 비용 측면에서도 모든 비용을 원점 재검토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던 것을 올해는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투자를 축소하는 노력과 별개로 서버 시장은 어느 정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인가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며 "서버 또는 만들어진 낸드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한다. 저희 회사가 노력해야 할 많은 논의를 하고 있고 다운턴을 통해 업의 본질적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부회장은 "이것은 기술개발을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고 양산에 넣어서 캐팩스화 시키는 데까지 라이프 타임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반도체에 요구되는 역량에 대한 기술적 진화는 끝없이 노력할 것이고 경쟁사들보다 기술적 변곡점에서 앞서고 있으며, 그것이 저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 관련 기술과 관련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범용적으로 메모리를 많이 쓰고 있는 회사가 엔비디아, AMD 같은 회사"라며 "이 회사들이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 쓰기 위해 사는 메모리의 양은 적다. 예상컨대 2021년까지 돼있는 챗GPT 학습 모델에 비해 앞으로 파라미터가 늘어나고 추론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교해 메모리 수요가 어디서 커질 것인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챗GPT가 실시간화 된다고 생각하면 실제로는 지난 1년 생성된 데이터가 그 전 10년 동안 생성된 데이터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챗GPT도 실시간화 되면 학습 모델에도 훨씬 많은 메모리가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 IT 환경은 메모리가 이제까지 단품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미세화뿐 아니라 패키징 기술, 소프트웨어를 잘 제공할 수 있느냐가 메모리를 다양하게 팔 수 있는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파운드리 역량이나 후공정 역량 강화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시너지 만들어내고 있는 솔리다임을 통해서도 메모리 로드맵에 대한 다른 아이디어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과의 시너치 창출과 관련해 "업계 불황의 영향으로 현재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솔리다임은 eSSD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해도 통합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개발 역량 통합을 지속하고 비용 구조 개선을 위해 중복 조직을 통합하고 양사 고객 간 교차 판매, 상황에 맞춘 투자 시기 조절 등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업황 회복 시 타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 부회장은 신규 서버 CPU 출시에 따른 DDR5 세대교체로 인한 수요 증가 전망됨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량 조절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 재고도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17% 낮은 560억달러로 전망했다. 상반기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 지속과 재고 조정 기조가 계속되며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지속된다는 관측이다.

    다만 올 하반기 시장 규모 전망치는 상반기 대비 10%가량 상승한 620억 달러로 전망된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직접적인 경제회복 효과로 이어지진 않은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경기 부양정책이 IT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시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