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규제 美 중심 동맹 가속화 '불만'中, '안전조사' 실시… 3번째 큰 시장 놓치면 위기"불똥 튈라"… 극화되는 美-中 대립에 삼성·SK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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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처음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제품에 안전 조사를 진행하며 미국기업 규제에 나섰다. 이후에도 엔비디아와 퀄컴 등이 마이크론에 이은 규제 대상 회사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3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안전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잠재적인 사이버보안과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도 이번 조치가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내놓은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 반도체 전문지 신즈쉰은 지난 2일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이 내놓은 규제의 최대 수혜자"라며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을 첫 규제 대상으로 삼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고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대만, 일본에도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본사를 미국 아이다호에 두고 있지만 주된 제품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대만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는 D램 설계 센터를 두고 있지만 지난 팬데믹 상황에서 이 센터를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마이크론에게 3번째로 큰 시장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대만에 이어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올린 매출만 4조 원 가량이다.

    이번 중국의 조치로 마이크론은 가뜩이나 어려워진 상황에 최악의 위기를 맞아하게 됐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마이크론은 지난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 줄어든 23억 달러(약 3조 원) 순손실을 내며 20년 내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반도체 시장 침체로 올해만 약 15% 가량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중국이 이번처럼 안전 조사를 이유로 사실상 중국 사업을 압박하게 되면 마이크론이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최악의 수단으로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존할 수 없게끔 만들고 본보기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동시에 미국과 반도체 동맹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치닫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외신들이 우려한대로 중국이 단순히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국이 보조금 지급을 두고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들이밀고 있어 곤란한 상황인데 중국까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입장이 더 곤란해졌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