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 곳곳… 증권, 카드, 캐피탈 등개별 건설사 정보 쉬쉬… 미분양, 시장과 2.3배 차대주단 협약 등 긴급 처방… 당국간 온도차도
  • ▲ ⓒ금융위.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감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 관계기관들과 회사채·단기 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대응방향 등 민간 사업재구조화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금융위.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감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 관계기관들과 회사채·단기 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대응방향 등 민간 사업재구조화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권,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진앙지를 달리 하며 계속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왜 '부동산 PF' 산불은 잡히지 않는 것일까.

    근원적으로는 바뀐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된 상태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 물가가 급등했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건설사들은 규제가 덜한 제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각종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여왔는데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급속한 금리인상이 진행되자 원자재값 급등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이자비용까지 급증했다.

    그래도 공사가 끝나고 분양이 완료되면 당초 계획보다 수익률은 좀 떨어지겠지만 부도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자기자본으로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건설사는 드물다. 결국 돈을 빌린 건설사나 돈을 빌려준 금융사나 동반 위기에 빠지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부동산 PF' 발 위기 여부를 알려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몇 곳이나 되는지 알면 된다. 하지만 이는 민감한 정보다. 자금난 소문이 돌면 멀쩡한 건설사도 부도 위기에 몰리는 게 시장 생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 '부동산 PF' 대응방향을 발표하면서 "전체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 점검하고 이상 징후에 대한 신속보고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려가 실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당국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의 다른 표현이다.

    직접 데이터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시장에서는 다음 단계인 간접 데이터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이 건설사들에 돈을 얼마나 빌려줬는지, 전국에 미분양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동산 PF 우려는 금융위의 대책 발표로 사그라드는가 싶었지만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비은행권 부동산 PF익스포저를 공개하면서 다시 주목을 끌었다. 보험 44.1조, 증권 28.6조, 여전 27.3조, 저축은행 10.7조, 상호금융 4.8조 등 비은행권 전체적으로 115.5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7년말 대비 여전은 4.2배, 저축은행은 3.4배, 상호금융은 3.1배, 보험은 1.7배 증가한 규모다. 새마을금고는 그나마 빠진 데이터다.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제2금융권이 부동산 PF 쪽으로 대거 자금을 운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융위는 미분양 주택 규모가 올해 1월 기준 7만5000호로, 과거 위기(2009년 16만6000호)와 비교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미분양 통계와 실제 미분양 물량 간 괴리가 2.3배나 된다는 모 시장분석 기업의 데이터가 시장의 불안감과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30일에는 준공 후 미분양, 즉 악성 미분양 물량이 한 달만에 13% 급증했다며 구체적으로 '5월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제2금융권 익스포저 규모, 미분양 규모 등 간접 데이터로 봤을 때 지금 당장 건설사 부도 뉴스가 터져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한은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다섯 번 올려 기준금리를 2.0%에서 3.5%로 만들었다. 원자재값 부담에 이자 부담, 부동산가격 하락까지 3중고에 빠진 것이 현재 건설사가 처한 현실이다. 건설사 부도는 곧 돈을 빌려준 금융권의 위기를 초래하므로 당국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며 위기의 현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1차 대응에 나서고 있다. 2차 대응은 'PF 대주단 협약'이다. 갈등 사업장에 새로운 협약을 도출해 비정상 사업장을 정상 사업장으로 바꾸려는 작업이다. 3차 대응은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금융위의 대응이 잘 먹혀들고 있는지 아직까지 건설현장 발 위기 뉴스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처 방식에 대한 '이견'이 금융당국 안에서도 미묘하게 감지된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점검한 결과를 요약하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므로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였다. 9개 지표를 활용한 자체 평가 결과 제2금융권의 리스크 점수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부실우려 PF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숨겨진 우발 채무가 상당한 점을 고려했을 때 경계심을 낮춰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 금리가 인상된 상황에서 앞으로 계속 부동산 관련 수정된 데이터가 나올텐데 그 때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큰 틀에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PF 사업장의 부실이 제2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