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 엑시트 시기 저울질기업가치 상승… '롯데' 브랜드 사용기한 임박신한·하나·우리금융 눈독
  • ▲ ⓒ롯데손해보험
    ▲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새주인이 된 지 4년이 지나면서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심하고 있다.
     
    인수 옵션이었던 '롯데' 브랜드 사용기한도 내년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바뀐 IFRS17 수혜를 톡톡히 입으면서 기업가치도 부쩍 상승했다.

    여기에 삼성화재와 언론인, 금감원 출신까지 잇따라 임원급으로 영입한 것도 IR업계에서는 매각을 위한 채비로 풀이하고 있다.

    비은행, 특히 손보사 강화에 관심이 많은 금융지주들이 많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2008년부터 10년간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였던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5월 JKL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었다. 롯데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당시 하나, 우리금융 등과 경쟁을 벌이던 JKL은 가장 높은 3734억원을 써내면서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3750억원의 추가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53.49%에서 77.04%까지 끌어올렸다.

    인수 당시 출자자(LP)로 참여한 산업은행, 교직원공제회,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등은 JKL에 '엑시트'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라는 이름값도 내년이면 종료되는데다 옛 인연을 바탕으로 몰아주기에 가까웠던 롯데그룹 퇴직연금도 하나 둘씩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롯데손보의 수익성이나 손해율 등 지표가 좋아지는데다 브랜드 사용 만기도 다가오고 있다"며 "LP들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매각을 진행해 엑스트에 나서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 ING생명을 보유했던 MBK파트너스는 브랜드 상표권 계약만료 전후에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 엑시트에 성공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 ▲ 롯데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추이.ⓒ롯데손보IR 자료
    ▲ 롯데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추이.ⓒ롯데손보IR 자료
    JKL파트너스측은 내년쯤을 적기로 보는 분위기다.

    올해 도입된 IFRS17에 맞춰 사업구조를 개선해온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 상승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IFRS17의 핵심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들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미래 수익성을 반영한다.

    그간 롯데손보는 수익성 낮은 자동차보험 비중은 줄이고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추진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1조8669억원으로 전년 1조7255억원과 비교해 8.2% 증가했다. 비중 역시 80%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전속설계사 인원도 2021년 1755명에서 지난해 말 2692명까지 늘어나는 등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CSM를 올해 말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잘 대응해 왔기 때문에 올해부터 밸류가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 쯤이면 유의미한 지표를 보여줌으로써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체 자산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물론 새 지급여력비율(K-ICS)이 적용되면 퇴직연금이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퇴직연금 물량이 계속 감소추세다.

    롯데손보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보험 특별계정의 수입보험료는 2조4394억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4조7759억원)의 51%를 차지한다. 2021년 66% 비중에서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업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특별계정 수입보험료가 2021년 4조3888억원에서 2조원 가까이 빠졌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롯데그룹 물량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롯데'라는 사명을 떼고 다른 보험사와 경쟁을 하게 되면 이마저도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사업은 제공 금리 수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이익이 출렁일 수 있다"며 "퇴직연금에 치우친 사업구조는 부채 만기가 짧다보니 금리 리스크가 커져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2021~2022년 롯데손해보험 보험계약 현황.ⓒ롯데손해보험
    ▲ 2021~2022년 롯데손해보험 보험계약 현황.ⓒ롯데손해보험
    롯데손보 매각에 최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금융지주사들이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증권과 보험사 등을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우리금융 순익 기여도(지주 지분율 적용)는 83.9%에 달한다. 2019년 롯데손보 매각 당시 인수 의사를 보인 이유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M&A를 통해 비은행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시작으로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과 네오플럭스(신한벤처투자), 카디프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하지만 생명보험 업계 4위인 신한라이프와 달리 신한EZ손해보험은 손보업계 빅5에도 들지 못하는 데다 지난해에만 1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신한금융이 손보사 추가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금융도 보험사 M&A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1692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리딩뱅크'에 올랐지만 보험과 카드 등 2금융권 계열사들은 입지가 약한 편이다. 하나손보 역시 국내 손보사 가운데 가장 낮은 점유율(0.6%)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여럿 나와 있지만 손보사 가운데선 롯데손보가 가장 매력있는 매물로 꼽힌다"면서 "수익성이 뛰어난 롯데손보를 놓고 물밑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