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두고 최고 실적CSM 1조8959억 두배 증가… 영업익 628%↑"경쟁사 대비 BEL 현저히 적어""보장성 신계약 늘고 손해율 개선"
  • 금융감독원과 롯데손해보험이 이른바 '실적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제도(IFRS17) 수익성 핵심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낙관적 가정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출발점이다.

    당국은 "회계 감리나 검사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특히 CSM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최선추정부채(BEL)가 유독 적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롯데손보 측은 "IFRS17에 대비하면서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을 통해 신계약을 크게 늘린 결과일 뿐 계리적 가정과는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적 가정을 통해 '예실차' 이익을 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손해율 120% 넘는데 BEL '마이너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흥국화재 등) 중 올해 1분기 BEL이 가장 적은 곳은 롯데손보로, 1조8084억원으로 집계됐다.

    1위인 삼성화재(30조6903억원)의 6%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비슷한 자산규모를 지닌 ▲한화손보 6조6093억원 ▲흥국화재 6조1408억원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다.

    IFRS17에서 보험부채는 BEL, 위험조정(RA), CSM 등으로 구성된다. BEL은 간단히 말해 미래에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의 현재가치, RA는 추정치인 BEL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추가 적립금이다.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게 될 예상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는 부채로 적립돼 있는 CSM을 보험 기간에 걸쳐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CSM 규모가 큰 보험사일수록 당기손익도 높게 책정된다.

    BEL과 CSM은 상관관계가 깊다. 미래에 나갈 보험금인 BEL을 너무 작게 추정(낙관적 가정)하면 미래 이익인 CSM이 다소 크게 잡히게 된다. BEL을 너무 크게 측정(보수적 가정)했을 때는 그 반대가 된다.

    올해 1분기 롯데손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1분기 보험영업이익 470억원과 투자영업이익 580억원을 합해 총 10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개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순이익도 793억원으로 전년 동기(227억만원) 대비 248.4% 증가했다.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던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분기만에 흑자전환이다.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가 낙관적 가정을 통해 BEL을 적게 잡아 CSM를 늘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이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가 넘는데도 BEL이 음수로 계산돼 있다"면서 "이는 계속 손해를 보면서도 들어올 보험료가 나갈 보험금보다 많다는 의미로 낙관적인 가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관적인 가정을 통해 무리하게 CSM를 부풀린 곳에 대해서는 회계 감리나 검사를 통해 면밀히 검증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BEL도 마이너스일 수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이 자산으로 인식되기는 어렵다. 계약을 통해 보험사로 향후 들어올 돈(보험료)과 나갈 자금(보험금·해약금·사업비 등) 모두 부채로 잡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이익이 될 부분인 CSM조차도 우선 부채로 잡힌다.

    다만 손보사의 경우 실손보험 계약에 적용한 손해율 가정 값을 크게 낮추면 부채가 마이너스(-) 값이 돼 자산이 발생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실손보험의 경우 갱신 때마다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려왔기에 손해율 가정을 낮출 여지가 크다. 자산이 인식될 정도로 손해율 추정치가 내려가면 그만큼 CSM도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손해율 가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CSM에 유리한 장기보장성 보험 등의 신계약이 늘면서 초기 보험료 수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롯데손보 외에도 DB손보, 라이나생명 등이 대표적이다. 올 1분기 기준 BEL에서 자산으로 인식된 부분은 라이나생명이 1조81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DB손보 1조5223억원, 롯데손보 1조2498억원 등의 순이다.

    이들 3개사의 공통점은 장기보장성 보험 성장률이 업계 상위권이라는 점이다. 장기보장성 보험의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을 따져본 결과, 롯데손보가 10.7%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DB손보가 9.0%의 성장률을 보였다. 라이나생명도 3.7%에 달했다.

    계약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장기보장성 보험의 경우 판매 초기엔 보험료에 의한 현금유입이 많고 판매 이후 3~5년이 지나면 보험금 지급 등으로 인해 현금유출이 많아지는 구조여서 초기엔 BEL을 적게 책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에 맞춰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며 보험 포트폴리오를 개선해온 보험사들은 BEL이 음수인 경우가 다수 있으며 시일이 지나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면 양수로 맞춰진다"면서 "BEL이 음수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했다.

  • ◆매각 앞두고 장기보장성 보험에 올인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는 일반계정 2조3292억원(48.8%), 특별계정 2조4394억원(51.2%)로 집계됐다.

    이중 BEL로 책정되는 일반계정에서는 장기보험(개인연금 포함)이 2조506억원으로 88.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자동차보험(1379억원)과 일반보험(1407억원)으로 구성된다.

    롯데손보는 지난 3년간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장성 보험을 크게 늘렸는데 이에 따라 일반계정 내 보장성보험의 비율은 67.2%에서 82.9%까지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장기보장성 보험은 5050억원으로 84.8%까지 지 비중이 커졌다. 이에 따라 1분기 신계약 CSM은 1551억원으로 보유계약 대비 비중이 8.6%로 손보사중 가장 높다. DB손보가 6.4%로 뒤를 잇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까지 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한 판매비 투자에 나서는 등 IFRS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왔다"면서 "미래에 CSM과 보험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계리적 가정에 대해선 오히려 보수적 가정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손보의 예실차비율은 4.08%로, 메리츠화재(9.29%), 흥국화재(8.49%) 다음으로 높았다.

    예실차는 계리적 가정에 따른 예상보험금과 실제 발생보험금의 차이를 말하는데 보험사들이 세운 각자 계리적 가정의 정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계리적 가정의 보수적 경향이 강할수록 예상보험금보다 실제 발생보험금이 적어 예실차 이익이 발생한다. 즉 롯데손보는 예실차 이익이 컸던 만큼 보수적 가정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다만 예실차는 분기 실적만으론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실차만 가지고 보험사가 낙관적 가정을 사용했는지, 보수적 가정을 사용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에 대한 보편타당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예실차에서 정확도가 높은 회사는 실적 추산을 다시할 정도로 피해를 보는 반면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적 가정을 설정해 예실차 이익을 본 회사는 영향을 덜 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미 1분기 실적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지정한 회계법인들의 감사를 통해 각 보험사 상황에 맞는 계리적 가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만일 낙관적 가정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이익을 봤더라도 차후 예실차 손실을 통해 모두 드러나는 구조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모든 감사보고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