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수주액 1조 돌파…작년 이어 1위 굳히기SK에코플랜트·한화 건설부문·한양 등 후발주자 선전"대형사 선별수주로 어부지리" 분석…내력벽철거 관건
  •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재건축에 밀려 주춤했던 리모델링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기가 시들해지던 상황에 말뚝(파일)기초 시공 아파트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국내 최초로 허가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업계 최대 이슈인 '내력벽철거'까지 허용되면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시장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등 알짜 사업지를 둘러싼 수주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는 뒤늦게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이 연초부터 수주고를 올리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리모델링 시장은 전통 강자인 포스코이앤씨의 독주 속에 SK에코플랜트와 한화 건설부문, 한양 등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수주고를 올리면서 '1강 다중(一强多中)'의 춘추전국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리모델링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며 선전했던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아직 잠잠한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리모델링에서만 3조원의 실적을 올렸으며 올 들어서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초원세경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상록 △안양시 평촌동 향촌마을 롯데3차 △안양시 평촌동 현대4차 등 4건의 사업을 쓸어 담으며 업계 최초로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밖에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가 각각 한건씩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눈에 띄는 것은 SK에코플랜트의 행보다.

    SK에코플랜트는 10대 건설사 중 리모델링 진출이 가장 늦었다. 지난해 1월 전담팀을 신설하며 뒤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그해 5월 쌍용건설과 함께 인천 부평구 부개동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을 수주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 용인시 죽전동 수지 뜨리에체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권을 단독으로 따냈다.

    지난달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을 수주하며 서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본 사업은 이촌동 399-1번지 일원에 있는 243가구 규모 단지를 수평증축해 지하 5층~지상 21층, 2개동 총 272가구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1565억원 규모다. SK에코플랜트는 단지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드파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중견사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푸르지오'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첫 강남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 사업은 237가구 규모 단지를 지하 3층~지상 13층, 4개동 총 266가구로 수평증축하는 프로젝트다. 한화 건설부문은 두 차례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모두 단독 참여하면서 수주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1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며 시장에 뛰어든 한화 건설부문은 같은 해 9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무학아파트 리모델링을 단독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양도 3월 경남 창원시 대동중앙아파트 리모델링을 수주하며 첫 사업 진출을 신고했다. 본 사업은 1040가구 규모 단지를 수평증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21층 총 1166가구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공사비는 약 3780억원 규모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말뚝기초 시공 아파트 최초로 수직증축을 허가받으면서 침체했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대치1차현대는 120가구 규모로, 수직증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18층 총 138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성지아파트(잠실 더샵 루벤)에 이은 국내 수직증축 2호이자 국내 첫 말뚝기초 시공 수직증축 단지다.

    일각에서는 중견사들의 리모델링 부문 약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에는 5150가구 대단지인 '남산타운' 등 대어급 사업지를 비롯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불리한 송파구 노후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리모델링 실적이 없는 대형사들이 뒤늦게 수주전에 참여할 경우 시공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중견사들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견사들의 리모델링 수주실적을 보면 대부분 단독입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시장 침체로 인한 대형사들의 선별수주 전략으로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 자체 경쟁력을 입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내력벽철거 허용 여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력벽은 건물의 구조적 힘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을 말한다.

    현행법상 가구 내 내력벽은 철거할 수 있지만 가구간 철거는 안전 문제로 허용되지 않는다. 가구간 내력벽철거가 허용되면 다양한 평면 구성을 적용할 수 있어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개선된다.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교통부에 '가구간 내력벽을 부분 철거해도 아파트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최종 결론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의 상품성 저하 요인으로 꼽혔던 내력벽철거 이슈가 해결되면 대형사들의 사업 참여가 재개돼 수주 양극화가 다시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