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관, 31일 최임위에 요청 … 심의 절차 개시 자영업 줄폐업 이어지는 상황서 '인상률'에 관심 집중올해도 '두자릿수 인상 vs 동결' 놓고 노사 간 다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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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요몇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사장인 제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이 줄었어요.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내년 최저임금마저 크게 오른다면 아무래도 가게를 내놔야 할 듯 싶어요"세종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40대·여)씨의 말이다. 이씨를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최저임금에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다.2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이달 31일부터 2026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심의 절차가 시작된다.매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하는 동시에 시작된다. 다만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모두 모여 본격적으로 심의에 나서는 1차 전원회의는 일러야 4월 중순 이후 열릴 전망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1차 회의 개최일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지난해 최임위는 2025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1만원 시대'가 열렸지만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지고 있다.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0대·여)씨는 "직원 한 명과 둘이서 일을 하지만 손이 부족해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며 "직원을 더 쓰는 건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서 내년에 인건비도 오르면 더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0대·남)은 "장사하는 사람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작은 모임이 있는데 여기서 가게를 내놨다고 하는 사장님이 올해만 3명이다"며 "불경기에 매출은 줄었지만 인건비는 계속 오르니 폐업한 사장님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보다 높은 韓 최저임금 … 1% 오르면 기업 폐업률 0.77%↑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인 1만30원으로 미국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약 1만542원), 일본 1055엔(약 1만263원)과 비슷한 수준이다.임금근로자의 중위임금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0.9%로 일본(45.6%), 독일(52.6%), 영국(58.0%) 등보다 높았다. 심지어 미국은 28%였다.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이 유럽 15개 국가의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종업원 1~4인 기업의 폐업률은 0.77% 높아졌다고 했다.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올해 최저임금이 1.7% 인상됐으므로, 4인 이하 기업의 폐업률은 1.3%(0.77x1.7%) 증가한다. 이 수치를 통계청 기업생명행정통계를 활용해 환산하면 1만1994개의 영업장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경영난에 임금 오르면 일자리 타격" … 소상공인 '위기감'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취약계층인 청년층,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언급했다.이어 "최저임금이 지난 6년간 48.7%나 급증한 데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극심한 경영난까지 겪고 있어 추가 인상 시 취약계층 일자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의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사업장이 많다"며 "그러나 높아진 최저임금으로 직원 수를 줄이면 결국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그것이 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고 설명했다.차 본부장은 "일선의 사장님들은 '고용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재고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한편,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을 둘러싼 근로자와 사업주의 시각차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근로자위원은 최초 제시안으로 27.8%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내놨다.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하기 전까지 4차 수정 요구안으로 근로자위원은 9.9%, 사용자위원은 0.8% 인상안을 내놓으며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공익위원의 촉진구간 제시 이후 올해 최저임금은 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