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가야할 길이지만 방법론에선 차이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 만만치 않아 대안 논의도'연금수급 개시 연령까지 계속 고용' 의무화 등 거론
  • ▲ 일자리 찾는 노인들 ⓒ연합뉴스
    ▲ 일자리 찾는 노인들 ⓒ연합뉴스
    최근 국민 대다수가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계속고용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로선 65세 정년 연장 혹은 계속고용이 시행될 경우 청년 고용 감소와 기업 임금부담, 생산성 저하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5일 경영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경사노위 내 정년제도 개편 논의 회의체인 계속고용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법정 정년 연장을 요구해 온 노동계와 기업이 선정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후 근로계약을 재체결하는 경영계의 요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선 국민 대다수가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 21일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79%, '정년을 60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16%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연령대, 정치적 성향을 비롯해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절대다수가 정년 상향을 바랐다"며 "이는 12년 전 법정 정년 상향 당시와 비슷하게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릴 만큼 고령층 소득 안정이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년 확대는 외면하기 어려운 주제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명분과 공감대 형성에도 공익위원들은 선뜻 정년 연장을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청년 고용 감소, 기업 임금 부담, 생산성 저하 등 우리 경제의 순환성 측면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노동 분야의 석학으로 평가받는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0일 한국과 미국의 생산성 격차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시장을 유연화하거나 임금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에 대한 역효과 등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전문가들의 뚜렷한 연구 사례도 다양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60세로 정년 연장 후 정년제가 있는 사업장의 고용은 2.87명 늘었지만 청년 신규 고용은 0.61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도 논문에서 "60세 정년 의무화로 청년층(15~34세)의 고용이 16.6% 줄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제조업 직군 등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정년만 연장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임금 체계 수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저하에 따른 기업 부담도 그저 골칫거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기업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나라 경쟁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현재로서도 위기를 겪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자칫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정 정년은 현행(60세)을 유지하지만 정년 이후에도 희망 근로자에 한해서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노동계와 경영계 요구의 중간선쯤 되는 방안이다. 다만 김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임금체계 개편이 동반되지 않으면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