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평가 저성과자 권고사직…2년전 인재영입때와 딴판 영업손실 '82억원→370억원' 4.5배·당기순손실 4배 폭증'한방' 주회원 공인중개사…B2B성격 강해 인지도 낮은편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1위 직방이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맞았다. 부동산 중개시장 침체와 공격적인 신사업 진출로 재정부담이 가중되자 권고사직을 통한 인력감축에 나선 것이다. 이는 직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롭테크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 중개플랫폼들은 주수입원인 광고수수료가 급감해 사실상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직방 위기설'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공인중개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속웃음을 짓고 있다. 시장에서는 직방과 프롭테크 위기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 법정단체화와 온라인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나비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방을 비롯한 온라인 중개플랫폼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개시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중개시장은 파트너 중개사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직방과 이를 견제하는 한공협 등 대결구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직방이 실적악화와 인력감축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중개시장 무게추가 한공협 측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직방은 연간평가 결과를 토대로 저성과자 등 일부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2년전 개발직군 초봉 6000만원과 재직자 연봉 2000만원인상, 이직개발자 인센티브 최대 1억원 지원 등 파격혜택을 내세우며 인재영입에 나선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직방 관계자는 "현재 권고사직을 진행중인 것은 맞지만 일부 언론보도처럼 감원 퍼센티지를 정해놓은 계획적인 구조조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고사직이라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강행한 배경에는 급격한 실적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방은 지난해 역대 최대매출과 최대적자를 동시에 달성했다. 지난해 7월 삼성SDS 홈IoT부문을 인수하며 스마트홈시장에 뛰어든 것이 양날의 검이 됐다.

    직방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883억원으로 전년대비 324억원가량 증가했다. 국내외 스마트홈시장에서 발생한 실적이 반영되면서 창사이래 최대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사업 확대 영향으로 인건비가 대폭 늘고 부동산시장 침체로 광고수수료가 감소하면 적자폭도 덩달아 커졌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370억원으로 적자전환한 2021년 82억원보다 4.5배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515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 등 신사업이 아직 수익전환되지 않은 것도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직방의 위기를 기회삼아 한공협의 온라인 중개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공협은 온라인 중개시장내 독자노선 구축을 위해 2017년 자체 부동산플랫폼인 '한방'을 출시했지만 네이버부동산, 직방 등에 밀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아티웰스·다방·부동산R114 등과 손잡고 앱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시장 재진입을 위한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이달초에는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해 임대인 신용도 확인을 위한 '임대인신용조회' 기능을 신설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방 경우 공인중개사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BTB 성격이 강해 여전히 직방이나 다방 등 경쟁 플랫폼보다 인지도가 처지는 게 사실"이라며 "프롭테크들의 부진이 한방 사용자수를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협회 법정단체화가 선행돼야 앱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직방의 '몸사리기'로 프롭테크들의 한공협 법정단체화 반대여론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