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對中 보복 조치삼성·SK '수혜·위기' 상존"美中 분쟁 속 韓 불똥 우려"
  • ▲ 자료사진. ⓒ삼성전자
    ▲ 자료사진. ⓒ삼성전자
    중국의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도 그 여파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론의 몫을 가져가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위축 장기화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성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전날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빠지면 해당 물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의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YMTC 등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YMTC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미국의 대중 제재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빠지면 해당 물량을 자국 기업들이 공급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 초 진행된 '세미콘 코리아 2023'에서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펠로우는 YTMC의 232단 낸드플래시 제품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의 기술력이 굉장히 빨리 진보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만 높아지는 셈"이라며 "미중 분쟁이 심화되면서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의 물량을 YMTC 등 자국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하면 제품 테스트를 할 기회가 생기게 되고, 이는 수율 향상 등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의 경쟁사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