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치 넘어선 실적… CEO 바닥 지났다" 자신감삼성, SK하이닉스도 2Q 바닥설 힘실리지만… "AI 외 회복 더뎌"모바일·PC 수요 저조 이어 믿었던 서버向 도 힘 못써… AI서 '승부'
  • ▲ 마이크론 팹 내부 전경 ⓒ마이크론
    ▲ 마이크론 팹 내부 전경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업계 실적 바로미터로 통하는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인공지능(AI) 수요를 제외하면 회복이 더뎌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실적 반전의 키가 AI 수요에 달려있다고 보고 집중 공략에 나선다.

    30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두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와 아직 수요 회복을 기반으로 한 업턴에 진입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업계 3위이자 회계 기준에 따라 가장 먼저 실적발표에 나서는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마이크론은 지난 3~5월(회계연도 3분기) 37억 5200만 달러(약 4조 90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5%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가 36억 5000만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억 달러 이상 높은 결과를 얻은 셈이라 호실적으로 평가됐다.

    실적에 부담이 컸던 재고 증가세도 꺾여 호실적에 힘을 실었다. 이 기간 마이크론의 재고자산은 92억 3800만 달러로 전분기 말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해온 감산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실적발표에서 앞으로 실적 회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점도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우리는 메모리 산업이 바닥을 지났다고 생각하며 수급이 회복되면서 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37~41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최소한 3분기 수준의 실적은 거둘 수 있다는 표현이다. 이는 시장에서 보는 마이크론의 4분기 매출 전망치인 38억 7000만 달러와도 일치하는 수준이라 실적 회복세에 들어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낙관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대부분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했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모바일과 PC 수요가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새로운 IT 수요도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 수요 핵심인 서버향 제품들도 예상보다 회복세가 저조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이 제품 가격을 매우 낮춰 수요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마이크론 재고수준은 여전히 높다"며 "주요 고객사인 애플, 휴렛패커드(HP) 등이 낮은 가격에 메모리 재고를 쌓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메모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PC 및 스마트폰 고객사 재고는 정상 수준까지 낮아졌고 전반적으로 재고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전망은 추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최종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되살아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메모리 수요가 저조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AI'다. 최근 생성형 AI에 필요한 서버용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어 올해를 계기로 메모리 시장에서 AI 반도체 같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익 구조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마이크론도 AI 반도체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를 높이는 핵심으로 꼽았다.

    메모리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업황 회복에 앞서 이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고 있어 AI 투자 붐을 일으킨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았다. HBM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기존 메모리 사업 대신 HBM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키울 준비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HBM3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은 이달 차세대 GPU를 공개하는 AMD와 손을 잡고 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또한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고부가 제품인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 사업 실적 회복을 꾀하고 하반기 이후 업황이 서서히 풀리면서부터는 메모리 사업에서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