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서 HBM 사업 경쟁력 언급…"HBM3E 생산 시작"내년 100억$ 규모 시장서 고작 수억불 수익 예상…점유율 5% 넘기기 힘들듯삼성도 뛰어든 차세대 HBM…삼성·SK 2강 구도 굳어져
  • ▲ HBM 시장 점유율 전망 ⓒ트렌드포스
    ▲ HBM 시장 점유율 전망 ⓒ트렌드포스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내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지만 앞서 시장을 점령한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면서 점유율은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한 한국 메모리 기업 두 곳이 시장 95%를 양분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최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업계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인 'HBM3E'를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마이크론이 밝힌 HBM3E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엔 HBM3E로 수억달러 상당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치를 제시했는데 이 '수억달러'라는 수준이 내년 HBM 시장 성장 전망치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이목이 쏠렸다.

    다수의 시장조사업체들과 투자업계에선 내년 HBM 시장 전망을 재차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당초 내년 시장 규모가 41억 달러 수준(약 5조 5000억 원)으로 예상됐다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 수요에 이를 2배 이상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HBM 시장 보고서에서 내년 시장 규모를 96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로 높였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도 내년 HBM 시장 성장률을 105%로 점치면서 앞서 내놨던 연간 50% 성장 전망의 2배 이상 상향 조정에 나섰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내년 HBM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100억 달러 수준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내년에 이어 내후년까진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할 확률이 크다고 보고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오는 2027년에는 400억 달러(약 53조 5000억 원) 이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내년 HBM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 수준인데 이번에 마이크론이 제시한 매출 전망은 이 중 한자릿수에 비중에 불과하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내년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마이크론도 HBM3E를 새롭게 내놓기는 했지만 시장조사업체들과 근접한 수준에서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란데 사실상 동조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론은 HBM 신기술 출시 대열에 동참한 의미 없이 기존 점유율이 반토막이 나게 된다. 올해 기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내년 수요 폭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기회에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오히려 점유율을 잃게 된다.

    마이크론이 이처럼 신제품을 앞세워도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너무 막강한 탓이 크다. 그 중에서도 내년엔 삼성이 HBM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기 시작하며 점유율을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HBM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세를 키우고 그나마 10% 점유율을 차지했던 마이크론이 더 밀려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같은 양상으로 내년엔 HBM 시장의 95%를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50%, 삼성이 40%, 마이크론이 10%를 차지하는 현재 HBM 시장 구조에서 내년엔 SK하이닉스와 삼성이 각각 45~50%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확실한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마이크론 점유율이 3~5%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