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유등기·허위근저당 설정 등 재산은닉 천태만상정부기관 최초로 조합분양권 취득자 등 기획분석체납액 3778억원… 작년 2.5兆 징수·412명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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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체납 징수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지 일주일 만에 국세청이 재산을 감춘 고액체납자 557명에 대한 기획 추적조사에 나섰다. 정부기관 최초로 합유등기를 악용한 체납자와 로또 당첨자,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자를 기획분석해 추적조사 대상에 포함했다.국세청은 23일 납부능력이 있는데도 변칙적 수법을 이용해 강제징수를 피하거나 재산을 은닉한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 557명(체납액 3778억 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조사대상은 △합유등기·허위근저당 설정 체납자 135명 △고액 복권 당첨 체납자 36명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 체납자 90명 △호화생활 영위 고액체납자 296명 등이다. 호화생활 영위 고액체납자를 제외한 261명에 대해선 현재까지 현금이나 채권 확보를 통해 103억 원을 징수했다.유형별 사례를 보면 임대사업을 하던 A씨는 임대부동산을 양도하고 고의로 체납한 뒤 양도대금으로는 자녀와 합유 형태로 공장건물을 취득했다. 합유등기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로, 체납징수를 위한 압류가 제한된다. 각자 표기된 지분만큼 권리를 행사하는 지분등기와 달리, 합유등기는 등기 서류에 지분이 표기되지 않으며 공동소유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만 물건을 처분할 수 있다. 국세청이 임의로 물건을 압류할 수 없다는 얘기다. A씨의 경우 건물을 취득하기 전 본인이 소유한 다른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등 강제징수를 회피하려던 것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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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업자인 B씨는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 강제징수를 회피한 사례다. B씨는 세무조사에서 고액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예상하고 본인이 소유한 주택·상가에 모친을 채권자로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국세청의 금융거래내역 확인 결과, 모친이 B씨에게 금전을 이체한 기록이 없었다. 이에 국세청은 근저당권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로또 1등에 당첨된 후 가족 계좌에 당첨금을 숨기고 세금을 체납한 경우도 있다. 유통업을 하는 C씨는 고액의 세금을 체납하던 중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이후 C씨는 당첨금을 가족 계좌로 이체해 일부는 현금과 수표로 인출했다.도소매업을 운영하는 상승체납자 D씨는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고 아파트 분담금을 몇 년 동안 내면서도 세금납부는 피했다. 국세청은 전국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자료를 수집·분석해 D씨가 보유한 분양권을 압류했으며 취득자금 출처와 은닉재산 확인을 위해 재산추적조사에 들어갔다.이날 국세청은 과거 끈질긴 현장 수색을 통해 강제징수에 성공했던 사례도 공개했다. 양도소득세 수억 원을 체납한 E씨의 경우 국세공무원들이 7회 이상 잠복·탐문 조사를 하다 E씨가 자녀 명의의 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해당 주거지를 수색한 결과 휴지와 담요 등으로 숨겨놓은 개인금고에서 현금 4억 원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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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체납한 F씨도 잠복·탐문 조사를 통해 덜미가 잡혔다. 국세공무원들은 F씨가 수도권 부촌지역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거지에서 에르메스와 샤넬 등 명품가방·구두·지갑과 귀금속 등 수백여 점을 발견했다. 외제차량도 압류해 총 5억 원을 징수했다.국세청은 지난해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2조5629억 원을 징수했다. 은닉재산 환수를 위해 1006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재산을 감춘 412명에 대해선 체납처분면탈범으로 형사고발했다. 앞서 2021년에는 2조5564억 원, 2020년 2조4007억 원, 2019년 2조268억 원을 징수했다.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악의적 고액체납자에 대해선 숨긴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천하겠다"며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가 존경받는 건전한 납세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