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과학재단 지난 4일 서민정 담당에게 이니스프리 지분 수증2만3222주(9.5%)·약 272억원 규모… 내달 1일 취득"가족의 사회공헌 전통 따라 가족 협의 거쳐 기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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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오너 3세이자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경배과학재단은 지난 26일 서민정 담당에게 이니스프리 지분 2만3222주(9.5%)를 수증받았다고 공시했다. 1주당 가격은 1117만원으로 약 272억원 규모다. 거래 일자는 오는 6월1일이다. 취득목적은 공익법인 목적사업 및 운영자금의 마련이다. 취득방법은 주식 출연(기부금)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지난 2016년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매각 등 사재 출연금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하는 국내 신진 과학자를 발굴,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과제마다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선정자는 22명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서성환 선대회장, 서경배 회장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가족의 사회공헌 전통에 따라 기초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부친이 설립한 서경배과학재단의 취지에 동감하며 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53.9%를 보유한 서 회장에 이어 지분 2.66%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지분 18.1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서 담당의 이번 기부로 이니스프리의 지분은 약 8.68%로 감소하게 된다.
1991년생인 서 담당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오산공장에서 화장품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6월 퇴사하며 2019년 중국 장강상학원에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아모레퍼시픽으로 다시 복귀했다. 당시 뷰티영업전략본부로 들어가 과장 급인 프로페셔널 직급을 맡았다.
서 담당은 이후 2020년 상반기 인사에서 그룹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부터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에 합류했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담당하는 부서다.
서 담당은 그룹의 핵심 전략 부서를 돌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한 것으로 업계는 봤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승계 명분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몇 년간 중국 시장 매출 부진과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부정적인 영업 환경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하락 중이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91억원,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52.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나 오너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업계의 특성상 과거 노출을 꺼려왔지만 최근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라면서도 "서 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서 회장은 지난 4일 차녀 서호정 씨에게 지분 2.5%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을 증여했다. 증여 지분은 보통주 67만2000주, 전환우선주 172만8000주 등 총 240만주다. 3일 종가 기준 637억원 규모다.
호정 씨의 지분은 종전 0.13%에서 2.63%로 증가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1995년생인 호정 씨는 회사에 입사하지 않은 상태다. 회사 측은 기업 차원에서 특별한 배경이나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