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38건 의안 모두 원안대로 가결‘자금 대여’ 포함 10건에선 ‘반대표’ 나와현금 유출 계속된 사이 투자 활동은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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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상선이 사외이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벌어들인 현금의 상당수를 그룹사 대여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이 유명무실한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최근 1년('22년 5월~'23년 4월) 동안 총 22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전체 38건으로,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부결은 ‘0건’을 기록했다.

    SM상선 이사회 의안은 100% 가결됐지만, 다수 안건에서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SM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인 대한해운,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을 포함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낸 곳은 SM상선이 유일하다.

    SM상선 사외이사는 최근 1년 이사회 전체 38건 중 무려 10건의 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그룹사 자금 대여 및 대여 기간 연장’에 관련한 반대가 8건으로 대다수였고 ‘타법인 주식 취득’, ‘해운부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계획 보고 및 승인’에서도 각각 반대표가 나왔다.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대다수 반대의견이 SM상선의 그룹사에 대한 자금 대여 관련 사안에서 나온 만큼 사외이사도 기업의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기간 SM상선 이사진은 5~6명으로 구성됐다. 2022년 5월부터 9월까지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박기훈 전 SM상선 대표, 조유선·유조혁 SM상선 대표 등 사내이사 4인과 황승표 한국해양대교수, 윤영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사외이사 2인이 활동했다. 이 기간 3개 안건에서 사외이사 반대의견이 나왔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까지는 우오현·조유선·유조혁 등 3인의 사내이사와 황승표·윤영규 2인의 사외이사 등 5인 체제의 이사회가 운영됐다. 이 기간에는 6개 안건에서 각 1표씩 반대의견이 나왔으며, ‘해운부문 안전보건’ 관련 안건에는 반대가 2표 나왔다.

    SM상선 관계자는 해운부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계획 보고 및 승인과 관련한 안건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반대가 없었다며 공시가 잘못된 사안으로 현재 한국거래소에 수정 요청을 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SM상선은 삼라마이다스, 삼라, 케이엘홀딩스, 대한해운, 대한해운엘엔지, 삼환기업, 에스엠인더스트리, 태초엘앤씨 등 그룹사에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대여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이사회에서도 삼라마이다스, 삼라, 대한해운엘엔지, 삼환기업, 케이엘홀딩스 등 5개 그룹사에 대한 자금 대여 및 대여 기간 연장에 대한 안건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이들 의안 모두 이사회 참석한 이사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며 원안 가결됐다.

    SM상선은 우호적인 해운업황에 힘입어 2021년 1조839억원에 이어 2022년 1조805억원 등 2년 연속 조 단위 이익을 올렸다.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나타내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2021년 1조1949억원, 2022년 1조1232억원 등을 기록했다.

    SM상선이 두둑한 현금을 기반으로 그룹사 자금줄 역할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M상선이 2021년 그룹사에 대여한 자금은 350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153% 증가한 8856억원이 그룹사로 유출됐다.

    SM상선이 벌어들인 조 단위 현금 중 상당수가 외부로 나가면서 이 회사 현금성자산은 2021년 3781억원에서 지난해 5659억원으로 1878억원 확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유·무형자산취득액 기준 투자액(CAPEX)은 지난해 2133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94.1% 줄며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

    그룹사 자금 대여 외 ‘타법인 주식 취득’에 대한 사외이사 반대의견은 SM상선이 HMM 지분을 집중적으로 취득한 지난해 4월 28일~6월 10일 이후인 2022년 6월 23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제기됐다.

    당시 SM상선이 HMM 지분을 기존 0.49%에서 3.2%까지 늘리는 데 들인 자금은 총 4180억원이다. 친환경 선대 확보 등 자사 경쟁력 제고보다 타법인 주식 취득, 그룹사 자금 대여에 몰두함에 따라 추가적인 타법인 주식에 대해 사외이사도 우려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올 3월 말 윤영규 이사가 사외이사직에서 해임됐고, 우기원 SM상선 해운부문장이 사내이사에 올라 SM그룹 이사회는 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 1인 체제로 재편됐다.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반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