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성능 동급 최고수준장거리 운행 특화, 오토홀드 편의성 높아편의사양 부재, 운전자 보조시스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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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자동차 트렌드가 급변하는 와중에 달리고 서는 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량이 있다. 화려함은 없지만 갈고 닦은 내공을 발휘하는 혼다 CR-V가 6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2000년대 중반 수입 SUV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CR-V는 북미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혼다 CR-V를 약 300km 시승해봤다.

    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전장은 7.5cm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4cm 늘어나며 차체 크기를 키웠다. 패밀리카에서 중요한 2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트렁크 기본 적재 공간 1113L를 확보했고, 2열 레그룸은 센터 터널을 평탄화하면서 거주성을 개선했다.

    탑승했을 때 느껴지는 건 실내의 단순함을 넘어선 허전함이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계기판, 각종 다이얼과 버튼까지 다양한 실내 구성과 비교하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결하게 구성됐다. 해당 차량을 잘 모르는 사람이 탑승해도 모든 버튼류와 차량의 기능을 30분 이내로 사용할 수 있을법하다.

    주행을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감각은 부드러움과 더불어 탄탄함이 강조된다. 1.5 가솔린 터보 엔진과 CVT 변속기는 부드러운 엔진 질감에 변속 충격이 최소화됐다. 방지턱과 요철 등을 넘을 때 댐퍼의 느낌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동급 SUV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조작 편의성도 훌륭하다. 적당한 무게감의 스티어링 휠과 더불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직관적인 반응성을 보여준다. 코너 구간에서 좌우 롤제어와 자세제어가 좋을뿐더러 브레이크는 저속과 고속 모든 구간에서 적당한 답력과 높은 체결감으로 불안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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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먼스를 목적으로 하는 성격의 차량이 아닌 만큼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한 박자 늦게 가속되는 터보래그 현상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최근 가솔린 터보 엔진이 높은 토크를 활용해 낮은 엔진 회전수를 활용하면서 연비와 힘을 강조하는 것과도 다른 부분이다. 엔진 회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터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분명하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노우를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는 위아래 일자형으로 움직이는 기어봉에 탑재됐다. 기어 레버 D단 밑에 위치한 S는 언덕 주파용이지만, 스포츠용이기도 하다. S에 두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면서 가속 페달 감각도 예민해져 조금 더 재미있게 주행할 수 있다.

    190마력의 출력은 일상 영역에서는 아쉬움이 전혀 없다. 그래도 기본기가 탄탄한 차량의 높은 한계점을 고려했을 때 출력이 좀 더 높다면 재미있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주행하면 할수록 시트 착좌감과 더불어 탄탄한 하체와 차체가 주는 감각은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모델임을 감안하면 차량의 지향점이 확실하다고 보여진다. 평균 연비도 공인 연비보다 쉽게 잘 나올뿐더러, 장거리 항속 운행에서 연비는 가솔린 SUV임에도 13km/L를 훌쩍 넘긴다.

    정차 후 출발이 많은 시내와 정체 구간에서 피로도를 줄이는 엔진 스타트스톱과 오토홀드의 작동은 발군이다. 시동 꺼짐과 켜짐의 부드러움,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곧바로 반응하는 민감함은 그동안 타본 차들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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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운전자 보조시스템 혼다 센싱은 레인어시스트에서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이질감을 준다. 크루즈컨트롤을 활용하며 앞차 간격을 맞춰 운행할 때 반응이 한 박자 늦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아쉽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차선변경을 돕는 모니터는 운행에 도움을 주지만, 좌측은 오히려 경고음도 없고 사각도 존재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티어링 휠 열선과 통풍 시트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이 빠진 부분이 아쉽다. 변속기 레버는 최근 차량에 적용하는 다이얼이나 버튼식 혹은 컬럼식과 달리 기계적인 조작감과 체결감으로 재미를 줬다. 하지만 각 기어가 일자형으로 배치돼 원하지 않는 단수로 체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CR-V는 부드러운 주행 감각과 편안한 승차감, 높은 조작 편의성으로 인해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달리고 잘 서는, 안전하고 공간도 넓은 차의 본질에 충실한 패밀리카를 원하는 고객에게 CR-V는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