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훈풍 타고 지수 상승증권가, 하반기 전망치 상향 조정…수급 추이도 낙관론에 힘일각선 경기 둔화 가능성에 보수적 관점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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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에 안착한 가운데 연일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하반기 박스권을 점치던 증권가도 어느새 코스피 전망치를 올려잡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1% 오른 2615.6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2601선에 마감한 코스피는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2600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코스피가 2600선을 넘긴 건 지난해 6월 9일(2625.44) 이후 1년여 만이다.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가는 건 최근 반도체섹터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엔비디아발(發) 훈풍까지 더해 관련 업종으로 묶인 인공지능(AI)업종이 함께 지수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선 최근 상승 기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하반기  박스권을 점치던 전문가들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하며 기존 전망치(2200~2600)를 2주 만에 올렸다. 

    당초 삼성증권은 상반기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지만 하반기부터는 이런 기대가 사그라들며 상승폭을 반납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다시 전망치를 상향한 건 시장과 연준 사이의 장래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극단적 괴리가 빠르게 축소됐다는 판단에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기별로 계단식 상승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엔 2500∼2850 사이에 머무를 것"이라면서 내년엔 코스피가 3000에 안착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반기 코스피를 낙관해온 KB증권은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이 증권사는 최근 코스피 지수의 연간 전망치 상단을 기존 2800에서 2920으로 올려잡았다. 하반기 증시가 실적장세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되는데,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실적장세에서는 추세적 추가 상승이 나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JP모건의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기지표들의 대부분은 지난해 연말 이후 반등하고 있다"며 "현재 코스피로 환산하면 연말에 3000포인트 중반을 찍는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고용 약화에 대한 우려로 7월 전후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실적장세에서는 이런 조정을 중장기적인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증시가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판단에서 추가적으로 2800선까지 상승 여력을 점치는 전망도 나왔다. 연준 긴축 국면과 경기 하방 우려로 지난해 3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 세계 수치의 36% 수준이었지만 최근 경기 저점을 통과하면서 41%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신종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경기회복 사이클에선 45% 수준까지 회복됐다"며 "전 세계 PBR 역시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 확장되지만 현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코스피는 2820까지가 극단적인 저평가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수급적으로도 낙관론에 힘이 쏠린다. 외국인 폭풍 매수세에도 좀처럼 늘지 않았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0조2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영향으로 17일 기준 48조원대로 내려갔던 예탁금은 다시 50조원대로 올라섰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에서는 예탁금과 신용잔고를 통해 투자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예탁금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차익 실현 흐름이 발생하더라도 낙폭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종가 기준 저점 대비 20% 증가라는 소위 '강세장'의 기준에 맞는 걸맞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박스권 장세를 점치기도 한다.

    미국 경기가 둔화하며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의 내년 대선 선거 후보자 등록, 미국 의회의 대만 방문,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 국내 증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미국 내 대형 이벤트가 산재한 점은 부담 요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분위기가 호전되다 보니 지난해 약세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강세장을 준비해야 하는 의견도 등장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베어마켓 랠리라는 '가짜 강세장'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한 연구원은 "강세장에 진입하려면 이익 전망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주가는 3분기 후반부터 상승 흐름을 전개하겠으나 여름을 지나는 구간에서 물가 상승 변동성, 8월 잭슨홀 미팅 등 단기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