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개... 방송법 43조 2항 수정 연내 입법 도입 추진, 여야 및 이해관계자 기싸움 변수"국민 96% 찬성" vs "공영방송 기능 위축"전문가들 "공영방송 공정성 및 재원 마련 방안 따져봐야"
  • ▲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박윤경 기자
    ▲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박윤경 기자
    정부가 29년 만에 KBS 수신료 징수 방식을 손본다. 전기요금에 통합돼 징수됐던 수신료를 따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찬반이 팽팽히 맞서면서 연내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김현 상임위원은 앞서 12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해당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 중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수정할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은 국무회의를 거친 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공표된다. 연내 안으로도 입법예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KBS 수신료는 지난 1994년부터 월 2500원씩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됐다. 공영방송이 공공 이익에 충실할 수 있도록 물적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한국전력은 KBS를 대신해 약 30년 동안 TV수상기를 소지한 가구에 TV수신료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IPTV, OTT 등 유료 방송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공영방송의 공정성·중립성 가치가 퇴색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전 국민이 강제로 낼 수밖에 없는 현행 수신료 징수체계는 사실상 세금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대통령실이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한 KBS 수신료 징수방식 찬반 의견 결과, 96.5%인 5만 6000여명이 분리 징수에 찬성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방통위와 산업부 등 관계 부처에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및 후속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을 위한 방안 마련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이상인 상임위원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입법 목적은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정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나아가서 국민 방송의 독립성,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둘러싼 정치권의 기싸움과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거세지면서 입법 도입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이 K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를 고리로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여당 의원들은 방만했던 KBS의 인력 구조와 경영 합리화를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방통위 상임위원 간의 주장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시행령 개정을 지지하는 반면,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위원은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 결과도 변수로 남아있다. 한 전 위원장의 신청이 인용되면 7월까지 해당 직을 유지,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안건을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KBS 내부적으로도 김의철 사장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백지화'를 요구하며 자신의 거취를 연계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를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KBS 직원들과 여당 의원들은 '정치적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시민들의 여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팔수 역할을 해오면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어떤식으로 마련해 나갈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KBS 수신료는 박정희 정권때 강제 징수되도록 만들어진 오래된 제도이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수신료를 분리징수한다는 목적하에 공영방송을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직무대행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임기는 2023년 6월 14일부터 2023년 8월 23일까지 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도 발생했다. 조승래 의원과 장경태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면담하고, 성명을 통해 "위법· 부당한 월권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사태를 스스로 초래하지 않기를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