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장·차남 소유 회사, 내부거래로 급성장일감몰이주기 증여세 도입하자 '공공택지' 사업기회 제공으로 전환호반건설,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공공택지 전매·PF 무상대출 등 부당지원장남 김대헌, 합병과정서 호반건설 지분 54% 확보… 경영권 승계 完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이른바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기회를 김상열 회장(동일인) 자녀에게 몰아주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부당승계한 호남건설이 공정당국으로부터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과 그 자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03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총괄사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호반건설주택을 설립했다. 당시 김 사장은 미성년자였다. 호반건설주택은 설립 직후부터 호반건설 내부의 분양대행, 모델하우스, 광고 등 일감을 몰아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가깝게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부터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도입되자 호반건설주택은 기존의 내부거래를 줄이고, 외부매출로 인식되는 공공택지 시행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2010년에는 김 회장의 차남인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지분을 94% 소유한 호반산업이 설립됐다. 호반산업도 공공택지 시행사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 ▲ 호반건설의 부당지원행위 구조 ⓒ공정
    ▲ 호반건설의 부당지원행위 구조 ⓒ공정
    호반건설은 우수한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 간의 공공택지 수주경쟁이 치열했던 2013년 말부터 2015년 사이 집중적으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계열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여시켰다. 이른바 '벌떼입찰'이다. 이를 통해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한 호반건설은 이를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과 그 자회사에 양도했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입찰 참가에 필요한 신청금 총 1조5753억 원을 414회에 걸쳐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에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공공택지 추첨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는 택지 공급가격의 5% 수준(평균 38억 원)의 입찰신청금을 납부해야 하며 당첨되지 않을 경우 이를 돌려받는다.

    이를 통해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은 최소 5억1981만 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더구나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과 그 자회사에 양도한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의 분양매출은 5조8575억 원, 분양이익은 1조3587억 원이 발생했고 해당 이익은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에 귀속됐다.

    이에 더해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이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시공의 일부만 담당하면서 해당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2조6393억 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호반건설이 받지 않은 40건의 PF대출 지급보증수수료는 최소 152억6262만 원에 달했다.
  • ▲ PF대출 지급보증수수료 미수취 행위 거래구조 ⓒ공정위
    ▲ PF대출 지급보증수수료 미수취 행위 거래구조 ⓒ공정위
    또한 호반건설은 자신들이 수행하던 공동주택 건설공사를 아무런 이유없이 중도에 관두고, 호반건설주택에 515억 원, 호반산업에 421억 원 규모의 사업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줬다.

    이로 인해 호반건설주택의 주주인 김대헌 사장과 김 회장의 배우자인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에게 13억9000억 원의 부당이익이 귀속됐으며, 차남인 김민성 전무에게는 7억9000만 원이 부당이익이 귀속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런 부당내부거래로 인해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주택이 지난 2018년 호반건설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장남인 김대헌 사장의 호반건설 지분 확보를 용이하게 해줬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흡수합병 과정에서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는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호반건설주택이 호반건설보다도 더 큰 규모로 성장하면서 합병당시 비율을 유리하게 평가받은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호반건설과 그 자회사 등에 총 608억1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는 △호반건설 392억8000만 원 △스카이리빙 24억6000만 원, 호반호텔앤리조트 30억6000만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30억1000만 원 △호반산업 57억6000만 원 △티에스써밋 22억1000만 원 △티에스주택 3억1000만 원 △티에스자산개발 26억 원 △티에스리빙 21억2000만 원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공공택지 시장에서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가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